[논단]스파이크먼의 경고와 美·中 경쟁

2022. 12. 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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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봄,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한지 얼마 후 예일대 교수 니콜라스 스파이크먼(Nicholas John Spykman)이 저서 '세계정치에서 미국의 전략'을 출간한다.

종전 후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파워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를 위해 적국 일본의 전력을 유지해 활용하자는 그의 주장은 지극히 냉철한 전략적 계산의 결과였다.

그래서 전후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일본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될 것이라고 통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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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봄,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한지 얼마 후 예일대 교수 니콜라스 스파이크먼(Nicholas John Spykman)이 저서 ‘세계정치에서 미국의 전략’을 출간한다. 그는 미국의 고립주의는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서반구가 실제 방어된다 해도 독일-일본 동맹의 승리로 포위가 실현되면 이는 궁극적 패배가 될 것이라고 스파이크먼은 지적했다.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 스파이크먼은 전쟁의 종료는 파워투쟁의 종말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독일과 일본의 잠재적 파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는 지리적으로 확장된 독일만큼 지리적으로 확대된 러시아도 위험하다고 보았다. 종전 후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파워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를 위해 적국 일본의 전력을 유지해 활용하자는 그의 주장은 지극히 냉철한 전략적 계산의 결과였다. 파워의 잠재력은 중국이 일본보다 훨씬 크며 중국이 경제적으로 강해지면 정치적 영향력도 커진다. 그래서 전후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일본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될 것이라고 통찰했다.

스파이크먼의 유작인 ‘평화의 지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매킨더의 지정학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다. 그는 매킨더가 지금의 러시아에 해당하는 하트랜드의 잠재적 파워를 과대평가 했다고 생각했다. 세계정치의 핵심지역은 하트랜드가 아니라 하트랜드에 인접한 해안지역인데, 그는 이 지역을 ‘림랜드(rimland)‘라고 명명한다. 림랜드는 러시아 서쪽, 유럽대륙,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동아시아 지역을 포함한다. 미국 안보에 대한 가장 중대한 위협은 하나의 강대국이 유라시아의 림랜드 지역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스파이크먼은 경고했다. 그래서 그는 "림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역설했다. 이 림랜드의 최대 파워로 중국이 부상했다.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지난 7월 바이든 미 대통령 방문과는 다른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지난 8일 34개 협약을 체결한 중국·사우디 양국 회담에 이어 9일에는 걸프만 6개국 정상들이 참여한 제1차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를 개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중국과 GCC 전략대화 2023~2027년 행동계획’을 통과시켰다. 그날 저녁에는 21개 아랍연합 국가 정상들 및 국제기구 대표들과 만나 제1차 중국·아랍 정상회의도 개최했다. 향후 3~5년간 중국이 제시한 식량안보, 에너지안보 등 8개 영역에서 ‘8대 공동행동’을 기초로 ‘중국·아랍 운명공동체’ 구축에 전력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걸프만 6개국으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앞으로 더 많이 수입하겠다고 약속하며, 상하이에 개설된 위안화 결제 원유 선물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를 위안화로 결제하자고 촉구한 셈이다. 페트로 달러를 페트로 위안으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의 일단을 보인 것이다.

그 동안 미국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유지해오던 중동에서 미국이 밀리고 중국이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미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중국에게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과의 견고한 관계 형성은 유라시아 림랜드 지배에 한발 더 다가가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이 러시아와 대결하는 사이에 중국은 조용히 파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스파이크먼의 경고를 미국이 되새겨 볼 때이다.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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