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한번 있을 눈폭풍"…영하46도 美에 '폭탄'이 덮쳤다

박형수 2022. 12. 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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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서 신년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연말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혹한과 눈보라를 동반한 ‘폭탄 사이클론’이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섭씨 영하 46도까지 내려가고 항공편이 무더기 취소되는 등 초비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시내에서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TY)·CNN 방송 등에 따르면, 북극의 찬 기류와 습한 공기가 만나 형성되는 저기압성 폭풍인 사이클론이 많은 눈과 차가운 강풍을 동반하면서 ‘한 세대에 한번 있을 법한’ 강력한 눈폭풍이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겨울 폭풍으로 캔자스에서는 최소 3명이 숨졌다. 오클라호마에선 폭풍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미국 국립 기상청(NWS)은 미국 전체 50개 주 중 48개 주에 한파 경보를 발령했고, 몬태나·네브래스카·워싱턴·콜로라도·와이오밍주 등 약 2억 명이 영향권에 들었다. NWS는 이 같은 이상 기후는 일반적 상황이 아니라고 경고하며, 막심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사이클론 영향권에 들어간 지역에는 정전 가능성이 높고, 육로나 항공 여행 모두 위험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사이클론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일리노이주에서 인디애나주까지는 짧은 시간에 강력한 폭설과 강풍이 발생하는 스노우 스콜(snow squall)이 형성돼 ‘화이트 아웃’(가시 거리가 0이 되는 현상)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편은 눈보라로 무더기 운항 취소와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22일 기준 2200편, 23일에도 18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악천후로 인해 운항 취소됐으며 6500편 이상이 지연됐다. 시카고와 덴버의 공항들에서 가장 많은 항공편이 멈춰 섰고,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이미 며칠째 항공 대란이 벌어졌다.

미국 워싱턴 공항에서 승객이 무더기 취소가 끈 공항 전광판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철도와 도로도 곳곳에서 끊겼다. 중서부를 중심으로 20개 이상 노선의 열차 운행을 중단했고,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경찰 등이 고속도로에 출동해 차량 운행을 돕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폭설을 대비해 도로에 287개의 염화칼슘 살포기를 배치했다.

NWS는 중서부와 남부지역은 기록상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몬태나주의 일부 산악 지방은 22일 최저 기온이 영하 46도로 급강하했다. 덴버는 이날 오전 32년 만의 최저 기온인 영하 31도를 찍었고, 시카고는 이날 밤 영하 21도로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은 체감 기온이 영하 38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기상 당국은 밝혔다.

폭설과 눈보라도 곳곳을 강타한다. 시카고에서는 최대 18㎝의 눈이 내리고,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에는 최대 91㎝의 기록적인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한파는 멕시코만까지 영향을 미쳐 텍사스주 댈러스는 이날 밤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NWS는 앞으로 며칠 간 매일 100개 이상의 최저 기온 기록이 깨지는 혹독한 강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스터지스에서 중장비가 눈속에 파묻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미 자동차협회(AAA)는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약 1억1270만 명이 최소 80㎞ 이상의 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날씨는 어린 시절의 눈 오는 날이 아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 달라”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연휴 여행 계획을 재고해달라”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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