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싸움판' 국회, 이태원 국조는 정쟁 대상이 아니다

박준이 2022. 12. 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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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낌과 절규가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의 첫 번째 국정조사 현장 조사에서 유족들은 국조특위 위원들을 붙잡고 "약속을 지켜주세요"라며 애원했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들려온 "국정조사, 진상규명"이라는 울음 섞인 외침은 의례적인 구호가 아닌 가족을 잃고 억장이 무너진 유족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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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흐느낌과 절규가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의 첫 번째 국정조사 현장 조사에서 유족들은 국조특위 위원들을 붙잡고 "약속을 지켜주세요"라며 애원했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들려온 "국정조사, 진상규명"이라는 울음 섞인 외침은 의례적인 구호가 아닌 가족을 잃고 억장이 무너진 유족의 마음이었다.

유족들은 불안하다. 이태원 국조특위는 참사 한 달 가까이 지난 지난달 출범 후 20일간 공전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문제로 인해 여당이 보이콧하면서 기관 보고 등의 절차를 전혀 진행되지 못한 탓이다. 다음 달 7일까지 45일간의 활동 기한 중 17일을 남겨둔 지난 19일에야 국민의힘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짜리로 출발했다. 158명의 희생자가 서울 한복판에서 숨을 거둔 참사인 만큼 여야 의원들이 모두 진상 조사에 달려들어야 마땅하지만, 국조 시작부터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이다.

마침내 여야 합동 국정조사가 첫발을 떼었지만, 정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증인 채택과 청문회 등 국정조사에 필요한 절차를 위해선 3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데 겨우 2주 남짓 시간이 남았다. 국정조사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기한 연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여야는 또다시 연장 여부를 두고 충돌할 태세다. 철저한 진상규명보다 당의 유불리만 따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과거 국정조사조차도 흐지부지된 사례는 유족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한다. 2014년 진행된 세월호 국정조사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보다 더 앞서 예비조사와 기관 보고, 추가 현장 조사를 마쳤지만, 남은 한 달 동안 여야가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씨름하면서 청문회 일정이 모두 무산됐다. 또 2017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청문회는 열렸지만, 20명의 증인 중 단 4명만이 참석해 '맹탕 청문회'로 끝났다. 이보다 더 늦게 시작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역시 청문회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하고 좌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가 힘겹게 손을 맞잡은 만큼 남은 기간 국정조사 과정에서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태원 현장에서 "왜 거짓말을 하느냐", "제대로 조사를 해라"는 외침을 꼭 기억해야 한다. 유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보였던 눈물이 진심이길 마지막으로 간곡히 기대한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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