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요리·와인 주문 안한다고 '예약 취소'…여전한 크리스마스 바가지

일부 업소 한정메뉴만 판매
가격도 평소보다 두배 올려
20일전 예약에도 취소 연락
고물가 속 소비자 불만 확산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성탄절을 앞둔 23일 서울 명동의 한 호텔 정원에 설치해 놓은 산타 인형 앞으로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황서율 기자] 직장인 이모씨(34)는 크리스마스를 일주일도 채 안 남긴 지난 19일 식당으로부터 예약 취소 권유를 받았다. 식당은 1인당 6만원짜리 코스요리와 와인 1병을 주문하지 않으면 예약이 어려울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고, 이씨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예약 취소 의사를 밝혔다.

23일 본지가 실시간 레스토랑 예약 앱 '캐치테이블'을 통해 확인한 결과, 크리스마스에 한정 메뉴만 판매하는 식당이 10여 곳이 넘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A프랑스 음식 전문점은 런치(8만원), 디너(12만원) 세트 메뉴만 주문이 가능했다. 평상시에는 런치가 4만5000원, 디너가 6만5000원에 판매되지만 이날은 가격을 두 배나 올려 판매했다. 강남구 신사동 B퓨전음식점 역시 당초 5만2000원에 판매하던 점심 세트 메뉴를 2만원 올린 가격인 7만5000원에 판매한다고 고지했다.

성동구 성수동 C레스토랑은 와인을 반드시 주문해야 예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외에 마포구 서교동 D레스토랑, 강남구 청담동 E레스토랑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은 이달 5일 예약한 고객에게 예약 취소 양해를 구하는 연락을 했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은 감정까지 상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온라인의 한 게시판에는 '식당 예약 취소로 당황스럽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11월에 크리스마스 당일 예약을 했는데, 크리스마스를 5일 앞두고 15만원짜리 코스요리만 이용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며 "예약 당시에는 홈페이지에 사전 메뉴 안내 등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게시자 역시 크리스마스 이브날 예약한 레스토랑을 취소했다. 해당 식당 역시 예약 당시 사전 안내가 전혀 없었다.

서울 잠실에 사는 박민주씨(33)는 "크리스마스에 메뉴 제한을 거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심지어는 현장에서 바로 세트 메뉴만 가능하다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에게 바가지를 쓸 바엔 차라리 프랜차이즈 식당을 가라고 권유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 소비자원 측은 "사전 고지에 없는 메뉴를 강제하는 경우 어떤 메뉴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약 유지 이행과 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소비자가 모두 불이익을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특히 사전에 예약금을 지불하지 않고 예약을 한 경우에는 '계약 불이행'으로 해석하기도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으로 외식서비스업을 적용해 총 이용금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