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퍼펙트스톰' 오는데 한가롭게 표밭 다질 때인가

오주연 2022. 12. 2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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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지역에 내려가 계셔서 저희도 얼굴 뵙기 어려워요." "총선 돌입에 이미 돌입했다고 봐야죠. 연말연시라 참석해야 할 지역행사가 더 많아졌어요. 오후에만 10개 넘는 스케줄이 있는데 퇴근할 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입니다."

2023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12월 한 달 내내 여야가 샅바씨름을 벌일 때, 무대의 주인공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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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예산안 샅바싸움 당시 의원들은
2023년 총선 앞두고 표밭 다지기
내년 경기 최악 예상되는데 법인세 인하는 찔끔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온종일 지역에 내려가 계셔서 저희도 얼굴 뵙기 어려워요." "총선 돌입에 이미 돌입했다고 봐야죠. 연말연시라 참석해야 할 지역행사가 더 많아졌어요. 오후에만 10개 넘는 스케줄이 있는데 퇴근할 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입니다."

2023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12월 한 달 내내 여야가 샅바씨름을 벌일 때, 무대의 주인공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 시기 만난 다수의 의원실 보좌진은 2024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표심 다지기에 나선 빈방의 주인을 가리키며 이렇게들 말했다.

여야는 내년 퍼펙트스톰(복합 경제 위기)이 온다며 조속한 '민생예산' 처리를 강조했지만, 몸과 마음이 온전히 여의도에 있었던 의원은 얼마나 됐을까. '네 탓' 공방만 하는 여야 힘겨루기야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해도, '협상은 지도부가 할 일'이라며 당내에서조차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 이번 예산안은 법정기한을 21일 초과하고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한 역대 최장 '지각 예산'이라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23일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될 이번 예산안에서는 이른바 '민생예산'이라며 단 한발도 물러섬 없을 것 같았던 부분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대표적인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은 3525억원으로 합의됐다. 지난 10월 '2023 예산안 토론회'에서 만난 박정 예결위 야당 간사는 "내년 경제위기에서 소상공인을 위할 대표적인 민생예산"이라며 "전액 삭감은 안 된다"고 해 올해 예산 7050억원을 고스란히 살려낼 것 같았지만 한발 물러서 절반 수준에서 합의됐다.

역시 내년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민의힘이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 등을 위해 막판까지 강조했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모든 과표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씩 인하하는 수준에서 방점을 찍었다. 당초 3%포인트(현행 최고세율 25%) 낮춰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처럼 포문을 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당초 기대했던 만큼 충분하지 않아(전국경제인연합회)","경쟁국보다 열악한 경영환경서 이번 개편안으로는 여전히 한계 있을 것(한국경영자총협회)"이라는 아쉬움이 나와 빈 수레만 요란하게 굴린 꼴이 됐다.

이러면서 여야는 정부안 대비 4조6000억원을 감액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관행적으로 해왔듯이 이번에도 예산 증·감액의 일부를 지역구 예산으로 나눠 갖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어느 때보다 질질 끌었던 최악의 지각 예산인데, 이제 와서 남은 예산을 서로 챙기겠다고 나서는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오늘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했던 말도 함께 흘려보낼 일은 아닌 듯하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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