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면심사...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이 저지른 범죄는?
[선대식 기자]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 태광그룹 |
재계가 정부에 연말 사면·복권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인 명단이다. 이들은 횡령·배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지르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징역살이를 했다. 지난 광복절 특사 때도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이들이 사면·복권에 목매는 이유는 취업제한 규정으로 경영권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14조에 따르면, 횡령·배임 등을 저지르는 경우 징역형 집행 종료 후 5년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종료 후 2년 동안 관련 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법무부는 23일 오전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연말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를 선정한다.
재계의 건의를 두고 취업제한의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박찬구 회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취업제한을 풀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특정경제범죄법은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거액 경제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여 가중 처벌함과 아울러 범법자들의 경제활동을 제한함으로써 경제질서의 확립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경제정의를 추구하는 시민단체(경제개혁연대⋅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들은 20일 공동성명에서 "반성 대신 법질서 우롱하는 재벌총수의 사면·복권은 절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이호진 전 회장을 콕 집었다.
특히, 최근 태광그룹은 10년간 총 12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이 전 회장이 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호진 전 회장의 범죄는?] 횡령·배임에 황제보석 논란도
이호진 전 회장은 횡령 등으로 징역 3년, 조세포탈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고, 현재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이 자신의 어머니 등과 함께 1997~2005년 태광산업에서 만든 섬유제품을 빼돌려 세금계산서 발행 없이 무자료로 판매하고 챙긴 돈만 약 206억 원에 달한다(업무상 횡령).
이 전 회장의 어머니는 태광산업 임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도 지급한 것으로 꾸미거나 직원들에게 작업복 대금을 받고도 받지 않은 것처럼 허위 회계처리를 했는데, 이 전 회장은 이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조장했다. 이들이 공모해 횡령한 금액은 약 13억 ~ 17억 원이다.
인수한 기업의 계열사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자신과 아들에게 양도해 최소 약 2억8000만 원의 이익을 얻고 그만큼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업무상 배임). 또한 2006년 당시 태광그룹 계열사였던 종합유선방송사 티브로드를 통해 CJ로부터 채널 배정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싼 가격에 주식을 받아 256억 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었다(배임수재). 또한 횡령 등에 따른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세액은 약 7억3000만 원이다.
이 전 회장의 재판은 대법원에서 2차례 파기환송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판결은 2019년 2월 서울고등법원의 2차 파기환송심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을 엄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전 회장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회사에 횡령금을 변제하고, 간암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의 경영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언급했다.
"대기업집단의 경영자가 거액의 횡령 및 배임 범행을 저지른 후 단순히 피해금액을 모두 변제하였다는 사정을 참작하여 집행유예의 선처 등 가벼운 처벌을 한다면 대기업집단의 경영자에게 실질적으로 범죄가 발각된 후 피해회복 조치만 하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과 함께 사실상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결과가 되어 형벌권을 금전으로 환가가 가능한 것으로 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법 불신 풍조가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하게 될 우려가 있다.
대기업집단의 경영자로 하여금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대기업집단 내 그릇된 관행에 따른 각종 범죄를 미연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앞서 본 유리한 정상들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이 부분 범죄에 대하여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이호진 전 회장은 또한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더해 '황제보석'으로도 큰 물의를 빚었다. 그는 재판 도중 간암 수술 등의 이유를 들어 보석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8년의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일반 식당은 물론 술집에 드나든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시민단체 "특별사면 앞두고 12조 투자 발표... 사면복권을 위한 공수표"
5개 시민단체는 이 전 회장 사면⋅복을 반대하는 이유로 사법처리 요구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2022년 7월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와 금융정의연대는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의 2000억 원 편취 의혹과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141억 원 편취 의혹을 이유로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이런 상태에서 이 전 회장에 대해 대통령의 사면권이 행사된다면 이는 이 전 회장의 잔존 범죄 혐의를 더 이상 추궁하지 말라는 무언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태광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최근 태광그룹은 연말 특별사면을 일주일 앞두고 12조 원의 투자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공시내용조차 부실해 총수의 사면복권을 위한 공수표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면복권을 놓고 재벌 총수가 대통령을 상대로 흥정을 하자는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태광그룹 "사면 때문에 투자계획 발표한 것 아니다"
태광그룹은 23일 <오마이뉴스>에 "최근 흥국생명 이슈 등으로 언론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저희 그룹 상황에서 사면 때문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는 일부 시민단체 논리는 맞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태광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우선 지난 16일자 한 경제지에서 단독으로 그룹 투자계획에 대해 기사가 나왔다"면서 "저희 입장에선 이호진 전 회장님 사면과는 무관하게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님들의 문의에 답변을 드리기 위해 지난 월요일 공시와 함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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