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선포한 "마약·조폭과 전쟁" 선봉에 선 중앙지검 강력부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네 달.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이하 강력부)가 그 선봉에 서 있다. 네 달 사이 굵직한 마약·조폭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강력부는 본래 전임 정부 시절 반부패수사부와 통합돼 있었다. 한 장관이 취임한 후 지난 6월 직제개편, 인사를 단행하면서 분리됐다. 법조계는 직접수사부서인 반부패수사부의 독립을 주목했지만, 이와는 달리 강력부가 핵심부서로서 맹활약하고 있다.
부서를 지휘하는 신준호 중앙지검 부장검사는 '강력통', '강성 검사'로 불린다고 한다. 그는 2019년 8월~2020년 9월 광주지검 강력부, 2021년 7월~지난 7월 인천지검 강력부에서 일하면서 지역 일대를 주름잡던 다수 폭력조직들을 일망타진해 조폭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2020년 9월~2021년 7월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을 역임하는 등 마약 수사에 관해선 특히 전문가다. 그와 강력부의 활약에 그간 검은 장막 뒤에 숨어 있던 마약·조폭 범죄 실태의 민낯이 드러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통책·경로 확보, 커지는 유력층 '마약 스캔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수사로 유력층의 마약 복용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인 파장은 '스캔들' 이름 아래 크게 번질 조짐까지 보인다. 신 부장검사는 마약 수사의 전문가다운 능력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강력부가 법원으로부터 중견 철강업체 고려제강 창업주 고(故) 홍종열 회장의 손자 홍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강력부는 홍씨를 지난 17일 밤 자택에서 체포해서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자인 홍모(40)씨를 구속한 이후 연이어 신병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강력부는 지난달 30일에도 범효성가 3세인 조모(39)씨, JB금융지주사 전 회장의 사위인 임모(38)씨 등을 대마 매수 및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마약을 같은 유통책, 경로를 통해 받거나 구매, 수집 정보도 서로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망이 점차 좁혀지면서 자수하는 이들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김모 전직 경찰청장 아들과 직장인 A씨 등 3명이 강력부에 자수했다. 이날 현재까지 마약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지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총 13명이다.
▲폭력조직 '수노아파' 수사 박차, KH그룹 정조준
조직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20년 10월 발생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 난동사건'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국내 10대 폭력조직 중 하나로 꼽히는 '수노아파' 조직원 10여명이 3일간 호텔에서 머물며 라이브밴드 공연을 강제로 종료시키고 안내데스크, 헬스장 등에서 손님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난동을 피운 사건이다. 강력부는 지난 8일 이 조직 행동대원 A씨를 구속기소한 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사가 KH그룹을 정조준하고 있어 보여 재계,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KH그룹은 2019년 12월 사모펀드와 함께 약 6000억원에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인수한 실소유주다. 난동 때 수노아파 조직원들은 호텔 로비에서 배상윤 KH그룹 회장 이름을 부르며 "60억원 갚아라"고 소리쳤다. 먼저 수사를 마친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아 보완에 나선 검찰은 호텔 난동을 사주한 제3의 인물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수상한 자금 흐름도 확인하고 수사 범위를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KH그룹과 사건의 연관성을 확언하긴 힘든 단계"라면서도 "난동 배경을 살피다보면 금전 관계, 자금 흐름도 살펴볼 여지는 있다"며 KH그룹 수사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강력부는 이 사건 외에도 KH그룹의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사건을 지난달 25일 춘천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조사 중이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지난해 6월 경쟁 입찰 방식으로 KH강원개발주식회사에 알펜시아 리조트를 7115억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입찰에 참여한 기업 두 곳이 모두 KH그룹 산하 계열사로 밝혀지며 강원도와 KH그룹 간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검찰의 수사 압박에, KH그룹은 대비하고 있는 정황이 감지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배 회장은 현재 미국 하와이에 머물면서 검찰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주변 인물들을 대거 하와이로 불러 차후 행보를 논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검찰 내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사단으로 불리는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 등이 배 회장을 변호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왔다. 거물급 변호인단도 꾸린 만큼 배 회장이 곧 귀국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KH그룹은 문제의 장소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매각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은 이미 지난 9월 우선협상 대상자인 블루코브자산운용과 논의하면서 본격화됐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매각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KH그룹은 컨소시엄 형태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약 6000억원에 인수했던 것으로 알려져 매각시 적어도 3000~4000억원의 차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H그룹 내부 자금흐름 전반을 살피고 있는 검찰은 이 거래 역시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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