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죄수 투입한 러 용병회사에 무기 판매"…와그너 "억측"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민간 용병 회사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판매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달 와그너 그룹이 사용할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전달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바꾸지는 않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번이 와그너 그룹을 대상으로 한 첫 무기 인도로 보이지만,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추가로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와그너 그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요리사 출신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14년 설립했다.
시리아와 아프리카 등 러시아가 개입한 분쟁 지역에 잔혹한 용병을 보내 악명을 떨쳤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을 위해 용병들을 수도 키이우에 침투시키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깊이 개입했다.
커비 조정관은 현재 와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 5만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 중 계약직 용병은 1만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4만 명은 죄수들이라고 했다.
매달 1억 달러 넘는 돈을 써가며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만,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죄수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리고진이 직접 러시아 교도소를 돌며 직접 전장에 나갈 이들을 모집하고 있다고도 했다.
와그너 그룹 용병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등 격전지에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 조정관은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에 있는 고기 분쇄기에 러시아인 시신을 던지고 있는 셈"이라며 "최근 몇 주 동안 전투에서 와그너 그룹 소속 1000여 명이 전사했는데, 그중 90%가 실제 죄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런 충성 덕분에 모스크바에서 프리고진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백악관은 러시아 정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면서 와그너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봤다.
커비 조정관은 이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제 러시아군 장교들이 와그너 그룹의 명령을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와그너 그룹이 러시아군 등 다른 부처와 경쟁하는 권력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미 2017년 와그너 그룹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미국은 전날 이들에 대한 수출을 막는 조처를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앞으로도 추가로 제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프리고진은 곧장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성명을 내고 백악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북한이 이미 오랫동안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 "그 밖의 다른 시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커비의 주장은 "소문과 억측에 불과하다"면서 "(커비는) 추측에 근거한 발언을 하는 버릇이 있다"고도 비꼬았다.
와그너 그룹이 북한에 직접 무기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로 연결될 우려도 제기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와그너의 북한 무기 구매는 대량파괴 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가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대주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불안정에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문제를 앞으로 안보리 회의에서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장실 간 건데..."애들 찾아와" 공항서 난동 부린 미 여성 최후 | 중앙일보
- “내가 모르모트야? 난 싫다”…울림 컸던 최종현 회장 죽음 | 중앙일보
- "결혼 잘못해 고생했다"…5년전 안철수·유승민 악연 시작됐다 | 중앙일보
- [단독] 추운데 창문 열고 반말…택시 불친절 100건중 1건 처벌 왜 | 중앙일보
- 개그우먼 김신영 "협박 받고있다" 고소…여성 지인 구속 송치 | 중앙일보
- 경기침체에 독일·폴란드도 갈린다…푸틴 노림수, 내년이 더 섬찟 | 중앙일보
- 16분 팔꿈치 골절 수술받은 4세 의문사…부모 "진상 밝혀달라" | 중앙일보
- 9년 뜨겁던 열탕이 냉탕 돌변…집값 하락에 400조 사라졌다 | 중앙일보
- 제재 비웃듯 3천㎞ 무역로 뚫었다…위성 찍힌 '푸틴 어둠의 루트' | 중앙일보
- 용산 대통령실 찍어간 북한…정부, 고화질 '김일성 광장' 맞불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