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지을만한 돈으로 GDP↑…日총리 시험대
네옴시티 지을 돈 풀어 내수 살리기 여파
통화 긴축 전망에 성장률 사수 힘들다는 전망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시기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 효과로, 내년 일본 경제가 반짝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수정 여파가 경제성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경제 성장 여부가 기시다 내각의 시험대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日 내년 경제성장률 0.4%포인트 성장
일본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올렸다. 지난 22일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2023회계연도(2023.4∼2024.3)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1.1%에서 1.5%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실질 GDP는 558조엔(약 5408조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8년의 554조엔을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주변국들은 경기침체 우려를 표명하며 성장률을 낮추고 있지만,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일본 정부가 내놓은 것이기도 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5%로 대폭 하향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1.6%로 대폭 낮춰 경기침체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에 따른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전망이다. 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우리는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 전망을 둘 다 낮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네옴시티 지을 돈으로 경제성장
일본 정부가 유독 경제 성장률은 높인 것은 기시다 내각이 추진하는 대규모 종합경제대책이 자리한다. 이 대책은 기시다 총리가 고물가와 엔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펼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다. 총예산 규모만 71조6000억 엔(약 692조원)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 해안과 사막, 산악지대에 서울 44배 크기의 스마트 도시를 짓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사업비가 5000억 달러(약 640조원)라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중앙정부가 29조엔(280조5500억원)을, 지방정부가 10조엔(약 96조원)을 푸는데, 이 자금은 국민들의 에너지 요금 지원과 중소기업 임금상승, 첨단 분야 투자에 주로 쓰인다. 구체적으로는 ▲ 출산 준비금 10만엔(약 97만원) 지급 ▲ 중소기업 임금 인상 지원 ▲ 5년간 인적 자원 투자 1조엔으로 증액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자금이 투입된 결과, 일본 정부는 디지털 분야의 투자가 늘어 기업의 설비투자가 5.0%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소비 역시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종합경제대책이 발표될 당시에는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둔다면 내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4.6% 정도 올라가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통화 정책 방향 수정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망이 신기루가 될까 우려하는 전망을 내놓는다. BOJ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일부 수정한 것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BOJ는 지난 20일 그간 ± 0.25%로 고정해왔던 장기금리 변동 폭을 ± 0.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장기금리의 상한선이 0.5%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의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BOJ의 결정으로 일본의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설비투자가 줄어들 위험이 커졌다고 전했다. 나가하마 토시히로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금리가 0.2%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성장률은 0.3%P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BOJ가 금융 정책을 긴축 기조로 선회할 경우 성장률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율이 낮은 기시다 내각
만약 이 같은 전망대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낮은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에 치명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불거진 통일교 스캔들과 연이은 각료 난마 문제로 지난해 10월 내각 출범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이 지난 16~18일 전국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25%를 기록했다. 집권당인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25%로 집계됐다.
내각 지지율과 자민당 지지율을 합산하면 50%로, 이른바 '아오키의 법칙'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이다. 아오키 법칙은 내각 지지율과 자민당 지지율의 합이 50%보다 낮으면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일본 정치권의 가설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향후 3년간 대규모 선거가 없는 ‘황금 3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시다 내각의 황금 3년이 지옥의 3년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시다 총리가 불리한 국면을 해결하고자 "1년 후에 중의원을 해산하려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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