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아우성…전세계 살림살이 뒤집혔다, 69세 파이터의 입 [2022 후후월드⑤]

이승호 2022. 12.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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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Fed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직 갈 길이 남았다.”(We still have some ways to go)
시장에서 “멈추라”고 아우성쳐도 이 말을 반복했다. 올해 제롬 파월(69)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버튼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파월이 이끄는 Fed는 3월부터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3월과 5월에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하며 미국 기준금리를 1%대로 올리더니 6·7·9·11월에는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마지막이었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0.5%포인트를 올렸다. 4월까지 0%대이던 미국 기준금리는 8개월 만에 4.5%까지 치솟았다.

한미 기준금리추이(1215)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파월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국엔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2년 넘게 이어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적신호가 켜졌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곡물 가격이 폭등한 탓이 컸다. 파월은 40년 전 ‘인플레 파이터’ 폴 볼커 전 Fed 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시중의 돈줄을 죄어 상황을 타개하기로 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가 된 파월의 급가속 행보에 세계 경제는 크게 출렁였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Fed를 따라 금리를 인상해야 했다. Fed보다 더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 신흥국도 많았다. 투자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 조치였다. 금리 급등에 각국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빠졌고, 가계와 기업의 빚 부담도 증가했다.

지난 10월 이집트 카이로의 한 환전소 모습. 미국 1달러 지폐 이미지를 확대해 매장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EPA=연합뉴스

Fed의 자이언트 스텝은 달러의 지위를 ‘왕’(킹달러·달러 초강세)의 자리에 올려놨다. 파운드·유로·엔 등 거의 모든 국가의 통화 가치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세계 무역 시장의 주요 거래수단인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서 대다수 국가의 실질 수입 물가가 올랐다. 금융 시장에선 “Fed가 자국 물가를 잡으려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비난이 나왔다. 개발도상국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가뜩이나 부채가 많은데 상환에 주로 쓰이는 달러 가치가 커지면서 빚 규모가 불었기 때문이다.

통화 긴축 드라이브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4일 파월은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며 “(현재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hikes)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이어진 고강도 긴축은 세계에 경기 침체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내년 세계 경제는 30년 만에 최악이 될 것”(블룸버그통신)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Fed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파월이 언제까지 긴축의 고삐만 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은 파월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오판하며 화를 키웠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월은 내년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그의 입에 쏠린 세계의 시선은 내년에도 이어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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