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잘못해 고생했다"…5년전 안철수·유승민 악연 시작됐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서로를 향해 가시 돋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의 연대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비윤계인 두 사람이 반목하자 과거 악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포문은 안 의원이 먼저 열었다. 안 의원은 지난 20일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유 전 의원과의 연대설에 대해 “연대한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유 전 의원과는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다”며 “(연대하지 않고도) 바뀐 룰로도 이길 자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유 전 의원은 다음날 YTN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안 의원을 겨냥했다. 유 전 의원은 바뀐 경선 규칙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안 의원의 발언을 두고 “당이 어처구니없는 퇴행적인 일을 하는데 분개하지 않는 자체가 한심하다”며 “당의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과 철학이 없어서 어떻게 당 대표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나와 유승민을) 비윤계로 한데 묶지 말라”는 안 의원의 지난달 발언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한테 좀 예쁘게 보이려고 저러는 거 아닌가 싶다”고 날을 세웠다.
안 의원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안 의원은 같은 날 대구 달서갑 당협위원회를 찾은 자리에서 “전당대회에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유 전 의원은 출마 결심부터 밝히라”며 “전당대회에 나와서 경쟁자가 되면 말하겠다. 지금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한때 한솥밥 먹던 사이였다. 2018년 안 의원의 국민의당, 유 전 의원의 바른정당이 합당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에서 손을 잡았다. 그해 4월 안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두 사람이 포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었고, 당 운영 방향 등을 두고도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인사들이 계속 신경전을 벌였다. 2019년 손학규 대표가 주축이 된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갈등을 빚던 유 전 의원이 미국에 머물던 안 의원에게 “만나기 위해 우주라도 갈 수 있다”고 신당 창당 러브콜을 보냈을 때는, 안 의원이 외면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유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둔 2020년 1월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면서 “2년 전 결혼을 잘못해서 고생 많이 했다”며 안 의원과의 결합을 후회했고, 안 의원도 같은 달 광주를 방문해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을 언급하며 “국민의당 지지자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당시 바른미래당에 몸담았던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바른미래당에서의 시행착오가 상처로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의 향후 행보가 전당대회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대립 관계가 비윤계를 지지하는 책임당원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안 의원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현재 출마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지만 22일 “(전대 규칙 개정은) 유승민을 못 나오게 하거나 나와도 막겠다는 메시지고, 오히려 제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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