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관저 주변 집회 금지에 제동 건 헌법재판소 결정

2022. 12. 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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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2일 대통령 관저 100m 안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심판 대상은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규정한 집시법 제11조 가운데 대통령 관저와 관련된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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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윤 대통령 관저에서 막바지 입주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2일 대통령 관저 100m 안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이번 심판 대상은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규정한 집시법 제11조 가운데 대통령 관저와 관련된 조항이다. 2017년 8월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하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시민단체 대표의 신청으로 진행된 사건이다. 2020년 6월 집회 금지 장소에 대해 예외적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집시법이 개정됐지만 대통령 관저는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재소장 공관과 함께 금지 예외 요건을 두지 않았다. 헌재는 “국민이 집회로 대통령에 의견을 표명하고자 하는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소”라며 “관저 인근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또 “막연히 폭력·불법적이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만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합당한 이유 없이 권력기관 주변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입법권 남용이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법 개정 시한을 2024년 5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국회는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해 집시법 관련 조항을 조속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100m 이내를 집회 금지 장소에 추가하려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집시법 개정 움직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이 전현직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의도에서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려 한다는 여론을 두 정당은 귀담아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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