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위기 시대, 한국 리더십 필요하다

2022. 12. 2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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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젤 토핑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 영국 고위급 기후행동 챔피언

이달 들어 한국과 영국에 눈이 내리고 기온이 곤두박질쳤다. 많은 가정이 에너지 대란을 걱정하며 추운 겨울을 맞이할까 우려된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지정학적 격변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가 중대한 이슈로 떠올랐다. 그 영향으로 글로벌 기후 파트너십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각국이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골머리를 잃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은 전례 없는 급등세를 보인다. 세계는 지금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진부한 접근법은 화석연료를 더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유전이나 가스전 등을 탐색하고 채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탄소중립 달성을 향한 국제적인 경쟁 기조에서 중요한 결점을 지닌다. 우리의 기후 대응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2015년)에서 합의된 전 세계 기후 목표에 위배돼선 안 된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새롭게 화석연료 개발을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 기상이변·탄소중립 대비할 시대
화석연료→재생에너지 서둘러야
한국 정부·기업의 역할 더욱 커져

시론

유전과 가스전을 새롭게 개발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투자는 현재 진행 중인 LNG 시장의 혼란을 해소해줄 수 없다.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기보다는 저탄소 경제 국면에서 오히려 심각한 금융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에너지 위기는 화석연료에 의존한 결과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에 단기적으로 회귀하는 듯한 임시방편적인 조치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세계 경제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이후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용량을 40GW에서 50GW로 늘리고 태양광을 3배로 늘리겠다는 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올해 초 미국은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지금보다 2.5배 더 늘려 미국의 탄소중립을 가속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필자는 과거에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지난 10월에도 제주도를 방문했다. 이런 경험으로 한국이 경제뿐 아니라 기후변화 부문도 아시아에서 강력한 리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과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 같은 어려움이 있지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해 아시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RE100’에 참여해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로 최근 약속했다. RE100에 합류한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경쟁력, 에너지 안보, 경제 성장을 위해 추진력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에너지 안보 문제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국가 간 협력은 화석연료를 끊어내야 하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위해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 14일 정상회담 직후 베트남은 유럽 국가들과 함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아시아 국가들이 석탄 발전 의존도를 줄일 수 있도록 155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역시 에너지 부문에서 베트남과 협력해야 하며 이는 JETP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동시에 두 국가를 넘어 아시아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올라가며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분명하게 높아졌다. 민간과 정부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이러한 모멘텀을 활용하고 혁신적인 기술과 정책 개발을 동반한다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속도가 더 붙을 것이다.

의미 있는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포함한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중점으로 한 공적 금융의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이 기후변화를 해결하고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박차를 가해 동아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이젤 토핑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 영국 고위급 기후행동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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