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어린이 보호구역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은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995년 도입됐다. 학교 정문에서 반경 300m(최대 500m) 이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에 1만6698곳이 스쿨존으로 지정돼있다. 유치원(6923곳), 초등학교(6282곳), 어린이집(3211곳), 특수·외국인학교(191곳), 학원(91곳) 등의 순이다. 스쿨존 안에서는 주차는 물론 정차할 수 없고, 시속 30㎞ 이하로 달려야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스쿨존 내 주·정차 전면금지가 시행되면서 경찰청 전화기는 불이 났다. 스쿨존 내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도 폐지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기존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 배정자들은 “시골에서 엄마가 김장김치를 담가 보내줬는데 어떻게 옮기란 말이냐”부터 “택배기사인데, 손수레로 가구마다 택배를 옮겨야 하느냐”고 민원을 넣었다. 당연히 어린이는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일’이 되면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는 것이다.
스쿨존 속도 제한도 마찬가지다. 왕복 8차로도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으면 주행 속도는 시속 30㎞로 제한된다. 운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며 등하교 시간대를 제외하고 속도 제한을 시속 40㎞로 완화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야간에만 50㎞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경찰의 속이 편한 건 아니다. 덜렁 속도를 높였다가 사고가 나면 뒷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후문 부근 스쿨존에서 9살 난 초등학생이 차에 치어 숨졌다. 스쿨존 대부분이 골목길로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안 된 곳이 많다. 사고가 난 언북초 후문도 일방통행로를 만들어 달라는 학부모들 요구가 있었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본인 집을 한참 돌아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차로가 3m, 골목길에선 2.75m까지 배정된다고 한다. 폭이 4~5m인 언북초 후문은 일방통행으로 하면 2.75m는 차도로 쓰고 2.25m는 인도로 쓰는 게 가능해진다. 강남구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언북초 인근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운전자, 경찰, 구청을 원망하기보다 제가 왜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았는지… 이 후회를 가장 많이 한다”며 자신을 가장 크게 자책하는 어머니의 말이 가슴 아플 뿐이다.
위문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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