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합의, 법인세 1%P 인하

윤지원, 성지원, 정진호 2022. 12. 23. 00: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22일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 쟁점 현안에 대해 합의하고, 23일 본회의(오후 6시)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했다. 23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법정 처리 기일(12월 2일)을 21일 넘긴 것으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기간 지연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639조원에서 4조6000억원 감액하는 걸 골자로 한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증액한 예산 규모는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 인하는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로 1%포인트씩 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리법인 기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4%로 낮아지고,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는 22%에서 21%로,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는 20%에서 19%로, 2억원 이하는 10%에서 9%로 각각 인하된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 예산은 정부가 편성한 약 5억1000만원에서 50%를 감액하기로 했다. 대신 두 기관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 해소를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 대안을 마련해 합의·반영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융자사업은 정부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고, 민주당이 반대한 용산공원조성사업은 ‘용산공원 조성 및 위해성 저감사업’으로 명칭을 바꿔 추진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대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요구해 왔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은 3525억원을 편성하고,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 융자사업도 6600억원을 증액했다.


여당은 종부세 완화 지켰고, 야당은 지역화폐 예산 얻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막판까지 변수가 됐던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운영경비는 여야가 50% 감액하기로 합의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은 오늘(23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뉴시스]

또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등은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장기간 공전하던 예산안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은 전날(21일)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에 대한 절충안이 마련되면서부터였다.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에 부과되던 최고세율(25%)에 대해 정부·여당은 3%포인트 인하(22%)를, 야당은 1%포인트 인하(24%)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는데, 모든 법인세 과표구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았다.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도 ‘원안 사수’(국민의힘)와 ‘전액 삭감’(민주당)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접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앞서 경찰위원회는 경찰국 설치 근거가 된 행안부의 ‘경찰 지휘 규칙’이 경찰위원회 권한을 침해했다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날 이를 각하했다. 국회 관계자는 “헌재 결정으로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민주당이 한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대신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3525억원) 같은 ‘이재명표 예산’ 증액에 성공하며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정부 방침대로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현행 10억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현재 0.23%→2023년 0.2%→2024년 0.18%→2025년 0.15%)하기로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종합부동산세는 여당안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 정부안대로 기본공제 금액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까지 올리고, 2주택자에 대해선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누진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선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부터 중과를 적용하되 세율을 2~5%로 정했다. 초·중·고교에 쓰이던 예산 일부를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 한시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도 정부 입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가 예산안 협상 문턱을 넘으면서 12월 31일로 종료되는 일몰(日沒)제 법안 처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명시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8시간 연장근로를 가능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한전채 발행 한도를 2배에서 6배로 늘리도록 한 한국전력공사법 등을 열거하며 “2022년 12월 말로 일몰 조항이 있는 법률의 처리를 위해 28일 본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합의문에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가 진상과 책임 규명,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정조사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불만이 나왔다. 국정조사 기한은 다음 달 7일까지고, 지난 21일 첫 여야 합동 현장조사가 시작됐다.

이날 합의문 발표 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합의안 발표 후 “소수 여당이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철학이 반영될 수 있는 정책을 많이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안에서 목표로 삼은 것 중 하나가 민생예산 대폭 확충이었는데,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정부안) 0원에서 3525억원으로 편성됐고, 공공임대주택도 6600억원 증액됐다”고 자평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마지막 협상 시한으로 정한 23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김 의장 사무실에서 2시간45분간 최종 담판을 거친 끝에 일괄 타결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만나 예산안 관련 논의를 하는 등 긴밀히 소통했다고 한다.

윤지원·성지원·정진호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