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헐크’ 키운다, 64세 이만수

고봉준 2022. 12. 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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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가운데)과 경기상고 엄형찬 선수(왼쪽), 경남고 김범석 선수가 22일 KBO에서 열린 이만수 포수상-홈런상 시상식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이만수(64·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는 한국 야구의 레전드다. KBO리그가 출범한 1982년 선수로 시작해 코치와 감독을 지냈고, 은퇴한 뒤엔 ‘야구 전도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만수는 누구보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뛴 원년 개막전에서 프로야구 1호 안타와 타점·홈런을 기록했다. 1984년에는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타격·홈런·타점 3관왕)기록을 달성했다. 프로야구 100호와 200호 홈런의 주인공도 이만수였다.

그는 지도자로서도 이름을 떨쳤다. 2000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건너가 불펜코치로 일하며 선진 야구를 배웠다. 2012년에는 SK 와이번스 감독을 맡아 3년간 인천 야구를 이끌었다. SK 감독직을 끝으로 프로야구 무대를 떠난 이만수는 2016년 4월 자신의 별명인 ‘헐크’에서 이름을 따온 헐크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전국 각지의 꿈나무들에게 야구를 가르쳤고, 라오스와 베트남 등지의 야구 보급에도 앞장섰다.

2017년 직접 상을 만들어 고교 최고의 포수와 홈런 타자에게 이만수 포수상과 홈런상도 시상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다.

현역 시절 등번호인 ‘22’가 두 번이나 들어간 2022년 12월 22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시상식장에서 만난 이만수는 “공교롭게도 날짜가 이렇게 됐다. 상을 만들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가장 받고 싶은 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인으로서 정말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한동희(23·롯데 자이언츠)와 김형준(23·NC 다이노스)·손성빈(20·국군체육부대) 등이 고교 시절 이 상을 받았다. 올해는 타율 0.390(82타수 32안타) 3홈런 30타점을 기록한 경기상고 3학년 포수 엄형찬(18)이 포수상을, 타율 0.337(83타수 28안타) 10홈런 31타점으로 활약한 경남고 3학년 포수 김범석(18)이 홈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나란히 학교 야구 유니폼을 입고 참석한 엄형찬과 김범석은 “모든 포수의 롤 모델인 이만수 감독님으로부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이만수 감독님은 포수는 물론 모든 야구선수들의 우상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최고의 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어느덧 손자뻘 후배들에게 직접 상을 주게 된 레전드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만수는 “나의 현역 시절엔 포수는 모두가 꺼리는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자리가 됐다. 이 상이 포수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올해 출범 40주년을 맞았다. 이만수는 “40년 동안 받은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는 그 사랑을 돌려드리기 위해 야구 불모지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야구팬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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