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라카원전 ‘갑·을’이 한수원 임원…UAE ‘줄취업’에 용역부담
OSS 인력의 부담 가중...OSSA 인력 투입↓
전·현직 한수원 임원이 ‘갑·을’ 서명 후 이직
“원전수출 드라이브 이면 책임질 사람 없어”
UAE로 이직한 전현직 한국수력원자력 고위임원들이 갑·을 관계에서 맺은 바라카원전 운영시험 합의로 현지인력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쿠키뉴스가 입수한 IBO(the Integrated BNPP operation Organization)합의문에는 한국전력과 한수원, UAE원자력공사(ENEC) 3사가 바라카원전 1호기의 운영시험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6년 3월 서명된 IBO합의는 1호기가 준공되고 실제 운영경험이 없는 ENEC 대신 한수원이 운영시험을 대신 해주겠다는 합의로, 2010년 체결한 운영지원계약(OSS)엔 없던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ENEC의 운영 자회사인 Nawah Energy는 운영 관련 정주기시험을 한수원의 지원·지도 및 감독 아래 수행하고, 정비 관련 정주기시험은 Nawah Energy의 지원으로 한수원에서 수행한다고 돼 있다.
운영시험(정주기시험)은 앞서 2012년 한수원과 ENEC이 서로 상대방의 업무라고 주장하던 쟁점 사항으로, IBO합의를 통해 한수원의 업무로 조정해 용역을 수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재는 한전을 통해 1·2호기 청구서만 ENEC에 발송한 채 3·4호기의 운영시험 진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바라카원전 현장에서는 OSS 인력의 부담이 가중되는 한편, 2016월 체결한 운영지원용역(OSSA) 인력 투입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운전 단계인 OSS의 인건비는 바라카원전 건설 수주총액에서 한전·한수원이 지급하고, 준공 후 단계인 OSSA 인건비는 ENEC에서 부담한다는 차이가 있다.
쿠키뉴스가 입수한 ‘현지 인력파견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 7월 체결한 OSSA에 따라 한수원은 2030년까지 총 3000여명의 인력을 ENEC에 파견해야 하지만, 올해 8월 현재까지 315명만을 파견하는데 그쳤다.
당시 한수원은 OSSA 체결로 1인당 3억원 가량의 연봉이 지급되는 1조400억원 규모의 용역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홍보했지만, 현재로서는 결과물이 이에 훨씬 못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영시험은 업무수행의 종류까지 정해져 있는 OSS가 아니라 OSSA로 진행했어야 한다”며 “OSS 인력을 다른 업무에 동원할수록 한전·한수원은 손해이고 ENEC은 따로 비용지출을 안 해도 되니 이득인 상황에서, 현지 인력이 저렴한 제3국 인력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IBO 합의를 맺었던 6명 중 2명은 한수원 고위 임원 출신으로, 1명은 바라카원전 본부장, 2014년 퇴사 후 ENEC으로 이직한 1명은 부사장 자격으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전현직 한수원 고위임원 2명이 각각 갑과 을의 입장에서 바라카원전 1호기의 시험운영을 진행하는 합의문에 사인한 것으로, 바라카원전 본부장 역시 계약 체결 다음해인 2017년 ENEC으로 이직했다.
쿠키뉴스 확인 결과 실제로 올해까지 역대 바라카원전 본부장, 발전소장 출신 12명 중 4명이 ENEC로 이직을 했고, 한수원 중앙연구원 퇴직자 3명도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임원들 간 맺어진 IBO합의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형원전 수출산업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들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IBO 합의 당사자가 거래 도중 에넥으로 이직했다면 기술자료나 관리자 운영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말인데 국익 차원에서 봤을 때 배임 소지가 다분하다“며 ”전문성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연동된 현 정부의 원전수출 드라이브 이면에 원자력계에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위원은 ”독점시장인 국내에선 문제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원전사업이 해외로 진출하며 그동안 감춰졌던 문제들이 UAE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폴란드원전 진출에 똑같은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조리나 배임, 국가적 손실에 대해 정부나 국회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라카원전 사업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진흥과 관계자는 ”기업들 간의 계약 문제다 보니 정부 측에서 관여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해당 사실을 한수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10월 한수원과 폴란드 측이 원전건설 프로젝트 협력의향서에 서명하면서 업계는 바라카원전 이후 13년 만의 낭보를 기대하고 있지만, 엄격한 계약체계 수립과 인력·기술유출 방지책 없이는 언제든 우리 정부와 기업이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원전 수출에 따른 기술·인력 유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한 의원실 측은 ”기술 유출로 검찰 수사가 진행돼도 전문화된 업종 특성상 해외에서 일어난 뒷거래를 밝혀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기술도 문제지만 고위직이 많이 넘어간 상태에서는 분명히 경영 기밀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이 유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 경우 2급 이상이 3년 이내에 유관기관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는 재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해외기관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어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며 ”원전 부문의 경영기밀이나 기술유출 위험을 막기 위한 법안 마련에 중점을 두고 내년 상반기 쯤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순영 기자 binia9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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