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뛰어도 존재감 뿜뿜… 반짝이는 대한항공의 조연 정한용
웜업존에 있어도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다. 2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21)이 특급 조연 역할을 하며 대한항공 7연승에 기여했다.
대한항공은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21, 25-12) 완승을 거뒀다. 링컨 윌리엄스(17점), 정지석(12점)은 언제나처럼 활약했고, 3세트 고비에선 임동혁이 투입돼 KB손해보험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미들블로커 김규민과 김민재도 각각 9점, 8점을 올렸다.
'원포인트 서버' 정한용도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1세트 10-10에서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에이스를 만들어냈다. 1세트 초반 어려웠던 분위기를 한 번에 바꾼 득점이었다. 2세트에서도 정한용은 13-9에서 투입돼 강서브로 반격 이후 득점을 이끌어내고 교체됐다. 야구로 치면 대타로 나와 2타수 2안타를 친 셈이었다.
3세트에선 모처럼 공격 본능도 뽐냈다. 점수 차가 19-9로 벌어지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곽승석을 빼고, 정한용을 투입했다. 정한용은 백어택 1개를 포함해 4차례 공격 중 3개를 성공시켰다. 최종 기록은 4득점. 올 시즌 1경기 최다 득점이었다.
정한용은 "오랜만에 공격했는데, 연습 때 공격이랑 경기 때 때렸던 공격은 달랐지만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좋은 토스가 올라와서 멋있게 때리지 않았나 싶다"고 웃었다.
홍익대 3학년인 지난해 트라이아웃을 신청한 정한용은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됐다. 대학 시절 에이스였던 그는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좀처럼 출전하지 못했다. 올 시즌도 코트를 밟는 시간이 길진 않다. 정한용은 "출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승석, 지석 형에게 배우는 기술들로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컵대회에서 기회를 많이 받았던 정한용은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팀이 치른 15경기에 모두 나섰고, 56세트 중 52세트에 출전했다. 벤치 멤버도 쟁쟁한 대한항공에서 가장 확실한 조커로 인정받고 있다.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고 있지만 기록도 좋다. 82개의 시도에서 9개의 서브득점을 만들었고, 범실은 12개 밖에 하지 않았다. 정한용은 "범실이 없는 서브를 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경기 때도 잘 통했다. 자신감이 생겨서 더 세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정한용은 1년 빨리 드래프트에 나와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그는 "일찍 나온 걸 후회하지 않고, 차근차근 단단하게 성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리시브 쪽에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대학 때보다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코트 위에서 지쳐 쓰러지고 싶다"며 출전 의지를 내비쳤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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