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OTT '저작권료' 갈등에 문체부 "OTT 객관적 데이터 제시하라"
“현재 법리적 측면에서 해외 사례 등을 고민‧검토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입법 취지대로 효과가 발현될 수 있을지는 내년 초 추가 검토 예정이다. 창작자 보호와 (영상물) 유통의 원활함, 두 가지 측면 모두 치우치지 않고 고민해서 적절한 해결방안을 내놓으려 한다.”
영화감독들이 요구해온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측이 내놓은 입장이다.
‘K콘텐츠 시대-저작권법 상 감독 등 보상권 제도에 관한 토론회’가 2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문체부와 KBS, 한국저작권위원회(KCC),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콘텐츠웨이브, 한국영화감독조합(DGK)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문체부를 비롯한 찬반 양측이 함께 공식 석상에서 논의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영상콘텐트 추가보상권 관련 현행 저작권법 100조 1항에 대한 개정안이 논의됐다. 저작권법 100조 1항은 영상 제작자가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영상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는 제작자가 (창작자에게)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흥행을 거두고도 각본‧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저작권에 따른 추가 보상을 넷플릭스로부터 받지 못했다. 미국‧스페인 등 해외에선 영상물 창작자의 저작권에 따른 보상 창구가 마련돼 있는 것과 다르다. 이에 따라 지난 8~11월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각기 저작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OTT 업계는 추가 보상권을 적용할 경우 영상물 유통 편의가 줄고 플랫폼 사업자의 투자 부담이 커져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대해왔다.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문체부 측 관계자는 “OTT‧방송국 등 플랫폼사가 창작자 권리 부담이 OTT 산업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언급하는데 부담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해야 향후 법안 논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도적 입장을 내놨다.
다만, 국내 저작권법이 미비해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등 해외 저작권료 징수단체에 쌓인 한국 영상물 저작권료를 받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DGK측 설명에 대해선 반박했다. “베른 협약에 따라 외국 저작자라 해도 자국민에 대한 저작권자 권리만큼 부여해주게 돼있다”면서다.
그러나 “우리는 (해외 저작권자에 따른 보상을) 주지 않은 채로 받기만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는 DGK측 반문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한 영화감독은 토론회 후 “현재 DGK가 (국내 저작권 현행법상) 저작권료 신탁 단체로 위임받지 못한 채 해외 저작권 단체들과 일일이 상호 대표 계약서를 맺어 해외에 쌓여있던 저작권료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못 주는 상태에서 하는 계약은 한시적인 것”이라며 찬반 양측의 입장차 확인에 그친 이날 자리에 대해 답답함을 표했다.
이날 토론회엔 CISAC 아태지역 이사직을 맡고 있는 홍콩 변호사 벤자민 응도 발언에 참여했다.
그는 “논쟁은 나쁜 게 아니다”라면서 “다만 해외 저작권료 징수 단체에 묶인 돈이 있어도 (한국 현행법상으론) 창작자의 저작권이 제작사에 넘어가 있어 저작권자 명단에 이름이 없는 탓에 못 가져오는 상황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 보상금 시스템이 도입되면 시장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있는 것 같은데 인도 사례를 들고 싶다. 발리우드 산업에서 음악창작자가 제작사에 양도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2012년 음악에 대한 보상권 시스템이 도입된 후 오히려 10년간 음악 산업이 10배 성장했다”면서 “아시아 지역은 서구보다 창작자 보호가 미흡한데 그런 점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하다. K콘텐트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만큼 더 강력한 보호가 필요하다. 한국의 동향에 아시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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