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이브까지 돌아갈 수 있을까”…강풍·폭설에 제주 공항 고립
제주공항 오후 1시부터 사실상 셧다운
급변풍 특보(윈드시어)가 내려진 22일 오후 1시30분 제주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서 만난 김모(40·서울시)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공항 대합실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오후 1시 아시아나 항공이 제주발 모든 항공편을 취소한 데 이어 나머지 항공편도 대부분 결항했다.
"내일(23일)도 대부분 항공편 사전결항"
각 항공사 발권 카운터에는 항공 운항 계획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객 발길이 이어졌다. 김모씨는 "출장차 제주에 왔다가 갑작스럽게 발이 묶였다"면서 "24일까지 눈 예보가 돼 있어 항공사에 크리스마스 전에는 서울로 가는 항공편이 정상 운영될지물어봤지만, 확답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항에 따른 항공편을 알아보려는 이용객들은 "예매 가능한 좌석이 없다" "내일(23일)도 결항할 수 있다"는 항공사 측 대답에 발길을 돌렸다.
제주 시내 호텔은 항공편이 대거 결항한 탓에 발이 묶인 승객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오늘 당일치기 계획으로 제주에 내려왔는데 항공편이 취소돼 급히 호텔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공항에는 상대적으로 눈발이 약했지만, 북서풍이 초속 12~15m로 강하게 불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 공항은 눈보라가 강해 비행기 이·착률이 어려웠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내일(23일)도 주요 항공사 대부분이 사전결항을 계획 중”이라며 “관광객은 각 항공사 공지를 확인하고 이동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주, 24일까지 산간 최대 0.5m 폭설
폭설로 곳곳에서 교통·인명 사고
호남, 20㎝ 폭설로 하늘·바닷길 끊겨
오후 4시까지 적설량은 전북 순창 21.6㎝, 정읍 21.5㎝, 김제 13.4㎝, 부안 12.2㎝, 전남 담양 9.8㎝, 장흥 유치면 8.3㎝, 광주 남구 8.2㎝, 등을 기록했다. 눈은 오는 24일 오전까지 강약을 반복하며 10~25㎝가량 더 내리고 많은 곳은 30㎝ 이상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많은 눈으로 하늘길과 바닷길 등이 가로막혔다. 광주공항 30편과 여수공항 6편을 오가는 모든 여객기가 결항했고, 전남 목포를 비롯해 여수·고흥·완도 등 4개 여객선터미널에서 28항로 28척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제주~군산 3개 항공편과 군산~어청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 4개 항로도 막혔다. 전북 남원 지리산 정령치 도로 1개 노선이 막혔고,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 탐방로 11곳, 114개 노선이 통제됐다. 광주지역도 무등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눈길에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 26분쯤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 인근에서 탱크로리 차량이 넘어졌다. 당시 차량에는 경유 1만2000L와 등유 8000L 등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전남에서는 빙판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도랑에 빠지거나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는가 하면 오토바이를 몰던 운전자들이 넘어지는 등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행인이 빙판에 미끄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낙상사고도 잇따랐다. 오후 4시 기준 눈길 사고는 광주 13건, 전남 79건이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운전자들이 대부분 서행하면서 사고로 인한 중상·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제주·전주·광주=최충일·김준희·황희규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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