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수명 늘리고 신규 건설...후쿠시마 이후 11년 만에 대전환

이영희 2022. 12. 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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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 이후 유지해왔던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방침을 전면 수정해 차세대형 원전을 개발하고 사용 중인 원전의 수명도 60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위한 기본 방침안'을 22일 확정하고, 내년 초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킬 예정이다.

올해 3월 17일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AP=연합뉴스


22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GX 실행 회의는 '원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크게 두 가지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우선 원전의 신규 건설이다. 11년 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신설·재건축은 상정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에서 전환해 이번 방침에는 "장래 원자력을 활용하기 위해 건설에 임한다"고 명기했다.

우선 폐로가 결정된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원전 건설을 구체화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미 차세대 원전 중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인 개량형 경수로를 개발해 2030년대에 상업 운전을 한다는 공정표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원전 증설에 대해서도 "검토한다"고 선언했다.

현재 사용 중인 원전의 가동 기간도 연장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후 법을 바꿔 원전 수명을 원칙적으로 40년, 최대 60년으로 규정했다. 60년간 가동을 마친 원전은 폐쇄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이 골격을 유지하면서 안전 심사에 걸리는 시간 등을 운전 기간에서 제외해 실제 사용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만약 원자력규제위원회(규제위)의 심사 등 여러 이유로 10년간 가동이 중지됐던 원전이라면 그 기간을 더해 운전 개시로부터 총 70년까지 운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재는 원전이 40년간 가동되면 규제위가 안전성을 심사해 연장 여부를 결정해왔으나 앞으로는 경제산업성이 전력 공급 상황이나 탈탄소 등의 '이용 정책' 관점에서 결정을 내린다. 규제위는 원전 가동으로부터 30년이 되기 전 안전성을 확인한 후 10년 주기로 심사한다.

일본 정부가 원전 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전력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6월 이른 폭염에 원자력 발전소 폐쇄, 화력발전소의 노후화 및 점진적 축소 등으로 전력이 부족해져 전력수급주의보가 처음 발령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수습도 아직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급격한 '친원전'으로의 방침 전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는 "후쿠시마 사고 후 원자력 규제의 기둥이 됐던 원칙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논평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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