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포함된 가격이에요”… 연말 노리는 낯뜨거운 ‘셔츠룸’

신지호 2022. 12.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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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던 지난 16일 오후 8시쯤.

인근에 거주하는 이화영(43)씨는 "평일 이 시간대 아이와 산책하곤 하는데, 요즘 들어 셔츠룸 전단지가 부쩍 많아진 것 같다"며 "아이가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22일 경찰과 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주로 영업하던 셔츠룸, 레깅스룸 등 신종 유흥업소들이 마포역, 홍대, 시청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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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일대에 뿌려진 셔츠룸 전단 모습. 집중 단속이 끝난 오후 10시부터 다시 전단지 살포가 시작됐다.

금요일이던 지난 16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복사꽃어린이공원 인근에 정차한 흰색 고급 세단에서 두 명의 남성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내렸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주위를 살피더니 마포역 인근 인파가 많은 골목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음걸이 속도를 점점 높이더니 번화가 골목에 들어서서는 뛰다시피 빠르게 지나가며 옷 주머니와 가방에서 전단지를 떨어뜨렸다.

이들이 한 걸음 뗄 때마다 4~5개의 전단이 바닥에 뿌려졌다. 전단지엔 ‘20대 셔츠룸’이라는 글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 주변 번화가 골목은 이런 유사 성행위 업소, 유흥주점 광고 전단지 수백 장으로 삽시간에 뒤덮였다. 겨울철 낙상 사고 우려도 있어 보였다. 엄마와 함께 걷던 어린아이가 떨어지는 전단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이화영(43)씨는 “평일 이 시간대 아이와 산책하곤 하는데, 요즘 들어 셔츠룸 전단지가 부쩍 많아진 것 같다”며 “아이가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근처 고깃집에서 송년회를 막 마치고 나온 직장인 3명이 바닥의 종이를 유심히 보며 “셔츠룸이 뭐야?”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22일 경찰과 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주로 영업하던 셔츠룸, 레깅스룸 등 신종 유흥업소들이 마포역, 홍대, 시청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전단지 살포 행위뿐 아니라 업소 자체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지만, 불법 영업이 의심되는 행위를 현장에서 바로 포착하지 않으면 처벌이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20일 오후 10시쯤 서울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에서도 술에 얼큰히 취한 직장인들에게 한 호객꾼이 다가가 팔을 잡고 끄는 모습이 보였다. ‘19세 미만 청소년 고용금지’가 붙어 있는 이 가게는 일대 최대 규모 셔츠룸으로 알려져 있다. 잠시 망설이던 남성들은 호객꾼의 “별도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가게로 입장했다.

경찰과 지자체는 단속에 애를 먹는 이유로 셔츠룸 업태 자체를 불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단속에 투입됐던 한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정기적인 단속을 나가고 있지만, 유사성행위나 성매매와 같은 불법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단속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급습해서 단속해도 업소 내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 순간을 포착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마포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외투 주머니 속에서 꺼낸 '셔츠룸 전단'을 뿌리고 있다.


전단지 단속도 상시 이뤄지고 있지만, 단속반이 돌아다닐 때만 잠시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활개를 친다고 했다. 올 한해 불법 전단 단속 건수는 강남구청의 경우 5건, 마포구청은 2건에 그쳤다. 전단을 제작한 주체가 누군지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전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유흥주점과 바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중개업소가 받기 때문에 업소 자체를 적발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강남구청은 경찰과 함께 이달부터 매일 저녁 불법 전달지 살포 집중 단속를 벌이고 있다.

글·사진=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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