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기립박수 때 앉아있던 그들…젤렌스키 연설에 갈린 공화당
2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에 공화당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연설에 공감을 표했지만, 또 다른 일부의 공화당 의원은 자리를 비우는 등의 방식으로 그와 거리를 두거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 공화당 하원의원 213명 중 86명만이 연설에 참석했다”며 “(현재 민주당 다수인 미 하원이 새 의회 회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 공화당 다수 체제가 되면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는 게 더 험난해질 것을 예고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약 2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당신들의 돈은 자선이 아니라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상ㆍ하원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회에 들어설 때 약 2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당시 공화당 소속 로렌 보버트(콜로라도주), 맷 게이츠(플로리다주), 짐 조던(오하이오주) 하원의원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더힐은 전했다. 보버트 의원은 연설이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미 승인된 기금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전체 감사’가 있을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더는 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회 연설 자체를 하지 않았어야 된다고 주장한 워렌 데이비슨 오하이오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전쟁 확대가 아닌 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것(원조)은 우리가 전쟁을 확장하는 것에 어느 정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수표식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의 입장도 그대로다. 그는 CNN에 “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가 쓴 모든 돈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칭찬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있었다. 내년에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게 될 마이클 매콜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우리는 그들이 이 일(전쟁)을 더 빨리 이기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이것이 오래 끌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지를 표명했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젤렌스키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차원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그의 방문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강화하고 러시아에 미국-우크라이나 동맹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마지막으로 공화당 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방문 전 백악관 연설에서 공화당을 의식한 듯 “의회 의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인 지원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우리는 이 겨울에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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