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돌며 여행객 20여명 살해…'비키니 살인마' 석방, 왜

현예슬 2022. 12. 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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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쇄살인범 샤를 소브라즈가 지난 2011년 5월 31일 카트만두에서 열린 심리를 마치고 카트만두 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70~80년대 아시아에서 20명 이상의 여행객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온 프랑스 국적의 연쇄 살인마 샤를 소브라즈(78)가 곧 석방돼 국외로 추방될 예정이다.

21일(현지시각) AP, EFE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 대법원은 그가 모범수이고 심장병을 앓는 데다 이미 형기의 75%를 채웠다며 이날 그의 석방을 명령했다.

네팔에서 무기징역은 20년형을 의미한다. 네팔 법에 따르면 수형자가 모범수이고 형기의 75%를 마쳤다면 석방될 수 있다.

네팔 대법원은 그에게 15일 이내 네팔에서 떠날 것을 명령했다. AP통신은 그의 행선지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지만, EFE는 그가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브라즈는 베트남에서 태어난 프랑스 시민권자로, 1970년대 아시아를 떠돌며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서방국 출신 여행객 20여명을 독살하거나 흉기로 살해한 잔혹한 연쇄 살인마로 알려졌다.

당시 히피 문화가 확산하면서 서구의 젊은 층에선 아시아로 배낭여행을 가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소브라즈는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프랑스 연쇄살인범 샤를 소브라즈가 지난 2011년 5월 31일 카트만두에서 열린 심리를 마치고 카트만두 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1976년에 인도 뉴델리에서 여러 건의 살인 혐의로 처음 붙잡혔고, 버스에 타고 있던 프랑스 관광객들에게 독약을 먹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97년 석방돼 프랑스로 건너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 등으로 호화스러운 생활을 이어갔으나, 2003년 다시 네팔에 나타났다가 살인 혐의로 또다시 체포됐다.

그는 네팔 법원에선 미국인과 캐나다인 배낭여행객 2명을 살해한 혐의가 유죄로 입증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재판 과정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실제 그에게 살해된 희생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살인뿐만 아니라 강도와 사기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고 여러 차례 탈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위장과 도피에 능해 '뱀'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비키니 차림 여행객을 주로 공격해 '비키니 살인마'라는 별칭도 있다.

그는 2017년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집도의는 수술 직후 "그도 심장이 있었다"라며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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