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안동 간 이재명, 檢 소환 통보에 "내가 그렇게 무섭나"

김준영, 우수진 2022. 12. 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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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2일 첫 일성은 “이재명이 그렇게 무섭나, 해볼 테면 해봐라”였다. 전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성남FC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오는 28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일이기도 한 이날 민생투어 차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은 이 대표는 자신이 소환받은 사실을 지지자들에게 알리며 “대장동 사건으로 몇 년을 탈탈 털더니 이제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났던 성남FC 사건으로 나를 소환하겠다고 한다”며 “없는 먼지를 만들어 내려고 (검찰이) 십수 년 노력했지만 아직도 못 만든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야당을 파괴하고 정적을 제거하는데 힘쓸 때냐”며 “이재명을 죽인다고 무능함과 불공정함이 감춰지지 않는다.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권한을 줬더니 내 식구를 지키고 남 식구를 괴롭히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폭력적 지배”라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절기상 동지인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해 액땜 팥죽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이날 일정은 안동에 이어 울진과 강원 강릉을 찾는 1박 2일 장외 일정이었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국민 속으로, 경청 투어’의 일환인데, 정치권에선 “코너에 몰린 이 대표가 대선 2차전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안동은 지난해 7월 이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 당일 찾았던 곳이다.

현장의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재명이다’, ‘윤석열 퇴진’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 이 대표의 현장 연설 중간중간 이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대표님 사랑해요”, “이재명 절대 지켜”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여러분이 함께 해주실 거로 믿는다”라고 화답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도 충돌했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 전체가 나서 철통방어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과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일방적으로 나오라고 통보했다. 일반인한테도 그렇게 안 한다”(안호영), “예전에 무혐의 난 걸 계속 털고 있다”(박성준)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의겸 대변인은 “사상 유례없는 폭거”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이 대표가 10원 한 장이라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은 게 있나. 이 잡듯 먼지를 턴다고 무고한 사람에게 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폭압에 맞서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반면에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수사 과정상 필요하면 피의자에게 소환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임에도, 이 대표는 갑자기 ‘야당 파괴, 정적 제거’ 운운하니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정의와 상식의 구현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도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169석 호위무사 뒤에 숨어 스스로 ‘위리안치’(圍籬安置·집 둘레에 가시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가둠)하는 기상천외한 선택은 하지 않으실 것으로 본다”며 검찰 출석을 압박했다. 권성동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순간이 오고 있고, 지금이라도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여권이 검찰 출석을 압박하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불출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검찰이 통보한 28일은 광주 방문 일정과 겹치므로 검찰 출석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사전 조율 한번 없이 일선 당직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건 무례하다”(김의겸 대변인)는 기류도 있다. 지난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땐 불출석했다.

다만 평소 이 대표가 사석에서 주변에 “검찰이 나를 부르면 기꺼이 나가겠다”고 말한 걸 고려하면, 전격적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당내에서도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당하면 직접 출석해서 소명해라”(수도권 다선)는 압박이 있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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