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방문한 젤렌스키 "美,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 투자"

상·하원 의원 대상 약 30분간 연설…펠로시 초청
美 추가 지원 촉구…러 재제강화·전쟁 책임 요구도
우크라군 서명한 국기 선물…의회도 성조기 답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 미국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 연방의회에 미국의 초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미 의회로 이동해 상·하원을 대상으로 오후 7시30분부터 30분 간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진행된 연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의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미 하원에 들어섰고 2분 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는 연설에서 "미 의회에 참석해 여러분과 미국 국민에게 연설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우선 밝혔다.

이어 "파멸과 암울한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는 살아있고 여전히 활동적이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들의 돈은 자선 기부금이 아니다.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승리하는 데 미국과 동맹국의 지원은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대신해 전장에서 싸워달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미국의 탱크나 항공기를 완벽하게 운용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내려면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추가 군수 물품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한편 "테러리스트 국가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설을 마친 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전투하는 군인들이 사인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펠로시 의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한 답례로 펠로시 의장도 이날 국회의사당 건물에 게양한 성조기를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공습을 강화하는 현재 시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상·하원이 미국의 국가 재무를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 의회가 올해 새로운 긴급 군사 및 경제 지원으로 추가로 449억 달러를 승인하기 직전에 방문한 것은 적절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미국의 지원 속에서 전쟁 상황이 잘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내년 1월 하원을 장악할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차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이 장기화되자 회의적인 공화당 내 여론을 쉽게 바꿀 수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화당에서는 "우크라이나에게 백지수표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좋았다고 평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수표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매우 좋은 연설이지만 내 입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