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대출 ‘빗장’ 풀었지만 …7% 금리, 40% DSR이 ‘걸림돌’

염지현 2022. 12. 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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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월한 은행에 담보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규제지역 내 15억 초과 아파트에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빗장’을 풀었다. 집값 경착륙을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다. 그러나 7% 선에 다다른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와 대출 규제 핵심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발목을 잡고 있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살리긴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2일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부터 다주택자도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집값의 3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달 1일부터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기존주택 처분조건부 1주택자 포함)의 주택담보비율(LTV)은 50%로 일괄 완화했다. 또 서울 등 투기ㆍ투기과열지구 내 15억 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도 풀렸다.

문제는 날로 뛰는 대출 금리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이다. 최근 주담대 최고 금리가 7% 선에 육박하면서 예비 주택 구매자(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 4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21일 기준 연 5.88~6.8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 말(연 2.62~4.19%)과 비교하면 1년 4개월여 만에 최대 4.27%포인트 급등했다. 주담대 고정금리(연 4.94~5.89%)도 같은 기간 최고 3% 가까이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은행 업계에서 다주택자의 주담대 금지가 풀리더라도 은행 문을 두드리는 수요가 크게 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 상당수는 대출이자가 워낙 비싼 데다 집값이 더 빠질 것으로 보고 시장을 한발 물러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득에 따라 빚 갚는 능력을 따지는 ‘DSR’ 규제가 풀리지 않은 점도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시장 진입을 억누르는 요인이다. DSR 규제는 지난 7월부터 전체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지 못하도록 강화됐다. 소득이 높아야 LTV 상한선(규제지역 50%)까지 빚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연 소득 1억원인 무주택자 A씨가 이달 서울 마포구에서 14억원 상당의 K아파트(전용면적 59㎡)를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그는 연 5.23% 변동금리가 적용된 40년 만기ㆍ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주담대를 받을 계획이다. A씨의 대출 한도는 6억6900만원으로 LTV 규제가 완화되기 전(4억6000만원)보다 2억900만원 증가한다. 투기 지역 내 주택의 경우 9억원 이하 분은 LTV 40%, 9억원 초과분은 LTV 20%였던 규제가 이달부터 주택값과 상관없이 일괄 50%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또 A씨는 고소득자라 DSR 영향도 크게 받지 않는다.

하지만 소득이 낮으면 DSR 제동으로 대출 증가액은 크지 않다. 같은 조건에서 A씨의 소득이 7000만원이면 4억6800만원까지 주담대를 빌릴 수 있다. LTV 규제 완화에 따른 한도 증가액은 800만원에 불과하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일 경우엔 대출 한도는 3억3400만원 그대로다.

DSR 규제는 현행 틀을 유지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경제 구조가) 부채가 많아지면 외부에 충격이 왔을 때 취약할 수 있다”며“지금 상황에서 DSR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일단 부동산 규제를 걷어내는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단기간에 회복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는 집값 연착륙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주택 공급이 많거나 가계대출 비중이 큰 지역에선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팀장도 “집값이 하락할 때 각종 규제가 풀렸기 때문에 당분간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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