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제네시스·아이오닉, 글로벌 시장 ‘제패’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2. 12. 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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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빛낸 올해의 CEO 50人] 종합 1위

“고객이 가장 신뢰하고 만족하는 ‘친환경 톱 티어(Top Tier) 브랜드’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밝힌 메시지다. 2022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정 회장은 그가 뱉은 말을 120% 수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은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고, 아이오닉5는 수많은 글로벌 시상식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2020년 10월, ‘정의선 시대’가 열린 이후 한국 자동차 위상 자체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값싼 보급형 자동차를 찍어내는 나라’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리더’로의 변신이다.

2022년 매경이코노미 선정 ‘올해의 CEO’ 종합 1위의 영예 역시 정의선 회장에게 돌아갔다. ‘경제 발전 기여’ 부문에서 모든 CEO 중 가장 많은 득표수를 기록했고 ‘혁신 경영(2위)’과 ‘사회적 책임(3위)’ 등 부문에서도 모두 세 손가락 안에 꼽히며 종합 1위를 거머쥐었다.

▶현대차, 이제는 ‘고급차’

▷제네시스 G90 판매, 전년比 340%↑

정 회장의 경영 성과는 당장 실적에서부터 드러난다. 2022년 글로벌 완성차 전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순항’했다. 현대차의 올 3분기 매출은 104조40억원, 영업이익은 6조46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25% 넘게 증가한 액수다.

현대차도 우호적이지 못한 외부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로 판매량 자체는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돈’은 훨씬 더 많이 벌었다. 그동안 공들여 키워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그리고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와 전기차 등 상대적으로 값비싼 차량을 많이 판매한 덕분이다.

정 회장이 개발 과정에서부터 직접 주도한 브랜드 ‘제네시스’는 프리미엄급 자동차 시장에 안착한 모습이다. 플래그십 세단인 G90 판매량이 2022년 11월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40% 급증했다. 지난해 4788대에서 올해 2만1057대까지 늘었다.

전기차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글로벌 히트작 아이오닉 5를 비롯해 GV70, 아이오닉 6 등 신차의 맹활약에 힘입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73.9% 치솟았다. 현대차의 글로벌 평균 판매단가(ASP) 역시 3000만원대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는 전기차는 물론 제네시스와 고성능 브랜드 ‘N’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전기차 시장 ‘글로벌 리더’로

▷상복 터진 ‘아이오닉 5’…올해의 차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전기차가 갖는 위상은 ‘업그레이드’됐다. 2018년 5만대를 밑돌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24만대를 넘어서며 테슬라·상하이자동차·폭스바겐·BYD에 이은 5위를 기록했다. 내수 시장 위주로 실적을 올리는 중국 업체 2곳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글로벌 3위에 해당한다.

특히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2018년 1493대에서 2020년 7410대, 지난해 1만9590대로 매년 급증하는 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가 올해 6월 라이벌인 현대차에 이례적으로 “현대차가 잘한다(Hyundai is doing pretty well)”는 내용의 트윗을 남겼을 정도다.

단순히 판매만 많았던 것이 아니다. 외관과 품질 측면에서 유수 평가기관으로부터 호평이 쏟아졌다. 오랜 기간 쌓아온 내연기관차 내공에 2021년 완성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최첨단 기술력이 더해지면서다. 당초 현대차 내부에서는 높은 비용을 이유로 자체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으나 정 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이오닉 5’는 올해 최고의 자동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다. 아이오닉 5는 올해 4월 ‘2022 뉴욕 국제오토쇼’ 현장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시상식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됐다. ‘2022 세계 올해의 전기차’와 ‘2022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까지 거머쥐며 3관왕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월드카 어워즈뿐 아니라 ‘독일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 ‘아우토빌트 선정 최고의 수입차’ ‘오토익스프레스 선정 올해의 차’ 등 여러 상을 휩쓸었다.

수상 행진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에서 ‘올해의 SUV’에 아이오닉 5를 선정했다. 12월에는 일본에서 ‘올해의 수입차’로 뽑혔다. 한국 차가 일본 올해의 차에서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이오닉 5가 처음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투자도 계속된다. 정 회장은 2030년까지 전기차 개발·생산에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2025년 도입 예정인 승용 전기차 전용 ‘eM’ 플랫폼을 비롯해 차급별 전용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UAM·로봇…신사업도 박차

▷수소연료전지시스템도 순항 중

정 회장은 자동차 외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현대차의 4대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봇, 자율주행, 수소 경제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물론 유의미한 성과까지 내고 있다. 2028년까지 하늘과 지상을 연결해 끊김 없는 이동을 누리는 ‘심리스(Seamless) 모빌리티’를 현실화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UAM 시장에서 현대차는 국내 여러 기업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KT·대한항공·인천공항공사·현대건설 등 각 분야 기업과 UAM 연합을 결성했다. 2020년 미국에 설립한 UAM 사업 관련 법인을 지난해 11월 ‘슈퍼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로봇과 자율주행 산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정 회장이 사재를 털어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자체 연구개발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이어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를 시장에 선보이며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중이다.

자율주행 역량 고도화에도 주력한다. 현재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 차량을 시험 주행 중이다. 사람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무인 택시 서비스 ‘로보라이드’ 시범 운영을 서울 강남, 서초구에서 시작했다.

수소 경제는 정 회장이 지난해 말 출범한 수소 사업 브랜드 ‘에이치투(HTWO)’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독일 파운그룹의 자회사 ‘엔지니어스’와 상용차 양산을 위한 수소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으로 타사의 대규모 양산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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