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 하나로 매출 1억달러…상장 시동 건다
美·日 휩쓰는 게임 회사 시프트업
최근 미국과 일본 시장을 휩쓰는 국산 게임이 있다. 슈팅 장르의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다. 일본·대만 시장 매출 1위, 북미 구글스토어 매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기가 높은 만큼 수익도 상당하다. 모바일 앱 분석 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니케가 11월 한 달 동안 벌어들인 매출은 1억달러가 넘는다. 일본 시장에서만 5000만달러 수익을 거뒀다. 미국 매출은 172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 몇 년간 해외로 진출한 한국 게임 중 가장 성적이 좋다.
해외 시장을 초토화시킨 ‘니케’의 개발사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아니다. 신생 유니콘 반열에 올라선 중소 개발사 ‘시프트업’이다.
데스티니 차일드·니케로 유명
시프트업은 국내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트 디렉터인 김형태 대표가 2013년 설립한 회사다. 독창적이고 강렬한 디자인을 앞세운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하다.
시프트업이 게임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는 2016년. 창업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수집형 카드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가 흥행에 성공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데스티니 차일드’는 서비스 시작 3일 만에 국내 애플·구글 양대 마켓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6년이 지난 지금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경쟁력을 인정받은 시프트업은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카카오벤처스, 위메이드, 대성창업투자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2년 6월에는 IMM인베스트먼트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구주거래를 통해 투자를 유치했다.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에 등극했다.
막강한 개발력에 자금이 더해지면서 신작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대규모 신작 공개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키우던 시프트업은 11월 4일 ‘니케’를 선보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니케는 정체불명의 기계 생명체인 랩쳐에 의해 몰락한 세계에서 지상을 탈환하기 위해 인류를 대신해 싸우는 안드로이드 ‘니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뛰어난 성우들의 연기 덕분에 출시 첫날부터 인기를 끌었다. 니케는 서비스 시작 일주일 만에 국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차지해, 흥행에 성공했다. 다운로드 수도 1000만건을 넘어서며 ‘대세’ 게임임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게임 산업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일본과 미국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은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11월 17일, 시프트업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협업과 투자를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사우디 측은 9월과 11월 연달아 시프트업 사옥을 방문해 탐방을 진행했다. 사우디 관계자들은 출시작 모두 흥행에 성공시킨 시프트업의 자체 IP 개발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탄탄 운영은 글쎄
시프트업은 게임업계에서 손꼽히는 ‘디자인 강자’다. 그 중심에는 김형태 대표가 있다. 시프트업의 핵심이라고 평가받는 김 대표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전설’이라고 불린다. 과거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블레이드&소울’ ‘데스티니 차일드’ 등 패키지 게임부터 온라인·모바일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서 일러스트를 담당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쌓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기본기는 물론 리얼타임 3D 엔진에 대한 이해도 역시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실제로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우 서비스 기간이 6년이 넘은 ‘구작’이지만 2D 애니메이션 구현도는 현재 나온 신작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니케 역시 서비스 시작 전부터 탄탄한 그래픽과 수준 높은 ‘원화’로 화제를 모았다.
다만, 탄탄한 그래픽과 게임성에 비해 게임 운영 능력은 비교적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개발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게임 이용자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비판을 자주 들었다. 2021년에는 게임 운영진에 불만을 가진 ‘데스티니 차일드’ 이용자가 항의 트럭을 보내기도 했다. 약점을 메우기 위해 시프트업은 ‘개발’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게임을 개발한 뒤 운영은 전문 ‘퍼블리셔’에 맡기고 있다. ‘니케’의 경우 텐센트의 글로벌 게임 서비스 회사 ‘레벨인피니트’가 운영을 담당한다.
시프트업 추후 목표는
콘솔 게임 개발·IPO 안착
니케의 흥행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탄 시프트업의 다음 목표는 2가지다. 콘솔 게임 개발과 기업공개(IPO)다.
시프트업은 ‘모바일 게임 전문’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주력 작품인 데스티니 차일드와 니케가 모두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까닭이다. 2023년에는 모바일을 넘어 ‘종합 게임 개발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트리플 A급 게임(잠깐용어 참조)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시프트업이 오랜 기간 개발해온 대형 게임 프로젝트다. 현재 김형태 대표가 직접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2021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공개회에서 첫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다. 이후 국내외 언론과 게임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며 기대작으로 자리 잡았다. 2023년 플레이스테이션5 플랫폼에서 독점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 게임 중 최초의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이다. 유통은 플레이스테이션 개발사인 일본의 소니가 맡는다.
기업공개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김형태 대표는 2021년 열린 지스타 기자 간담회에서 “니케 공개 전후로 IPO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니케의 상승세를 상장 추진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최근 회사의 긍정적 성과를 기반으로 진지한 자세로 기업공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잠깐용어 | *트리플 A급 게임
게임업계에서 편의상 부르는 게임의 분류다. 게임사가 대량의 제작비를 투입, 수백만 장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하는 게임을 말한다. AAA급 게임이라고도 한다. 압도적인 그래픽과 장대한 배경 이야기가 특징이다. 게임 용량이 크기 때문에 주로 PC와 콘솔을 기반으로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