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막내 ‘토스뱅크’ 6초에 1명꼴 고객으로…흑자전환이 관건
토스뱅크가 5000만원 이상 초과 금액에 대해 4% 금리를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은행가가 시끌시끌하다. 세상에 나올 때 파킹통장 2.3% 금리로 놀라게 했던 토스뱅크가 다시 한 번 ‘토스뱅크발 금리 경쟁’에 불을 지피는 것 아닌가 하는 웅성거림이다.
국내 3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 2년 차를 맞았다. 토스뱅크는 1년 만에 가입자 수 476만명을 유치했다. 수신 잔액 23조1000억원, 여신 잔액 7조1000억원을 돌파해 선배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K뱅크의 1년 차 당시 실적보다 앞섰다. 올 11월 기준으로는 총 대출 잔액이 8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5315억원 대비 약 16배에 달하는 성장이다. 토스뱅크는 과연 인터넷은행을 넘어 은행업계의 메기가 될 수 있을까.
중저신용 대출 1위
토스뱅크가 시작할 당시인 지난해 10월은 저금리 환경이었다. 토스는 이때 ‘맡기기만 해도 2.3%의 금리를 제공한다’며 토스뱅크 통장을 시작했고 이는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더불어 정부가 인터넷은행에 바라던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토스뱅크는 은행 최초로 가계대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40%를 달성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지난 1년간 공급한 중저신용 대출(잔액 기준)이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의 중저신용자 고객 중 토스뱅크에서 고신용자로 재평가된 사례도 많았다. 그 비중이 25.7%에 달한다. 그만큼 새로운 대출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토스뱅크의 자체 신용평가 모형인 TSS(Toss Scoring System)가 자리한다. 토스뱅크는 은행부터 대부 업체까지 전 금융권의 금융 데이터는 물론 고객의 소비와 생활 패턴을 고려한 비금융 데이터를 모아 TSS를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TSS는 신용카드, 대출 등 고객의 금융 정보, 그리고 고객 신용도에 반영될 수 있는 비금융 정보를 더하고 머신러닝, 딥러닝 등 최신 기술로 학습해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도 만들 수 있었다. 전면 비대면, 무보증·무담보 개인사업자 대출인 ‘사장님 대출’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토스뱅크는 소상공인에 특화된 심사 기준을 반영, 자신의 매출과 소득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던 소상공인에게 은행 문턱을 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스뱅크가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지금 이자 받기’ 역시 호응이 컸다. 기존 은행에서는 최소 한 달, 혹은 몇 개월에 한 번 이자를 지급한다. 토스뱅크는 매일 한 번,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즉시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차별화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받은 이자에, 원금까지 이자가 쌓이고 쌓임에 따라 일복리 혜택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얘기다. 12월 초 기준 ‘지금 이자 받기’에 참여한 고객은 256만명, 지급된 이자 금액은 1840억원이다.
월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매달 내는 돈 낮추기’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토스뱅크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의 여파가 개인 고객의 전반적인 가계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기획한 서비스다. 최초 대출 기간을 포함해 최장 10년까지 고객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상환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고객들은 신용점수 하락 등 불이익을 받지 않게 설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토스뱅크는 “ ‘매달 내는 돈 낮추기’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은 월평균 원리금이 35만원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금융권 메기 역할 했나
고금리 상시예금 상품 미투 상품 나와
인터넷뱅크의 존재 의의는 새로운 시도로 파괴적 혁신, 즉 금융권에 큰 반향을 일으켰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상시예금 상품과 관련해서는 파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토스뱅크 통장은 한도 제한이 없고 ‘단 하루’라도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이는 시중은행을 자극했다. 각 은행마다 파킹통장 등 수시 입출금 통장의 금리를 올렸고, 고객들은 자신들이 받을 금리 혜택을 더욱 신중히 고민하게 만들었다.
금리인하요구권 사용 권장 트렌드도 토스뱅크가 이끌었다. 토스뱅크는 고객이 먼저 요청하기 전 푸시 알림을 통해 금리인하요구권 사용을 안내했다. 고객은 클릭 한 번으로 변경된 금리를 알 수 있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승인된 고객은 최초 대출 시보다 약 7%포인트가량 낮은 저금리 혜택을 받거나 신용점수가 최대 379점이나 개선되는 등 이른바 ‘크레디트 빌딩(Credit Building)’ 효과를 얻었다. 이후 다른 은행 역시 이를 적극 반영했다”고 말했다.
올해 5월 외국인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국내 거주 약 196만명 외국인을 인터넷은행 가운데 토스뱅크가 가장 먼저 품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역시 이후 다른 은행도 외국인을 고객 중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중저신용 고객 대출 확대도 다른 인터넷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을 자극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 고객에게 1인당 평균 3006만원의 대출을 해줬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더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달성했다. 올해 11월 기준 48.3%로, 운수업 등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려웠던 취약계층이 토스뱅크에서 건전한 중저신용자로 포용됐다.
토스뱅크가 금융권 사각지대를 품기 시작하면서 다른 은행 역시 취약계층 대출에 좀 더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고객 10만명당 민원 건수 역시 0.16건으로 5대 시중은행 대비 낮게 나타났다는 점도 여타 은행을 자극하는 수치다.
넘어야 할 과제도 많아
자금 시장 경색…유상증자 영향 줄 듯
물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당장 해결해야 할 점은 수익성이다. 토스뱅크 경영공시에 따르면 3분기 토스뱅크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476억원에 달한다. 올해 누적 기준 당기순손실은 1719억원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누적 손실로 환산하면 약 2189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출범 첫해 손실 규모 대비 약 2배가량 큰 수치다. 참고로 카카오뱅크의 출범 첫해(2017년 상반기~2018년 상반기) 손실 규모는 1165억원, 케이뱅크는 838억원(2017년) 수준이었다. ATM 입출금 수수료 무료, 타행 송금, 이체 수수료 무료 등으로 순수수료 손익이 409억원 적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더해 자본금 확충도 변수다. 올해 12월 기준 토스뱅크의 총 납입 자본금은 1조4500억원. 지난 1년간 총 6차례에 걸쳐 증자에 성공한 결과다. 하지만 종전 주주 한화투자증권, 한국전자인증 등이 계속되는 증자에 참여하지 못한 사례에서 보듯이 자금 시장 상황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중저신용자 대출이 주력인데 언제든 부실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토스뱅크 측은 “3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예대율은 29.57%로, 2분기 15.62% 대비 두 배 가까이 개선됐다.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2분기 161억원 적자에서 3분기 185억원 흑자로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했다. 여신의 빠른 성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내년에는 당기순이익 흑자전환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고 전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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