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펀드' 수탁사 하나은행 직원들, 1심 무죄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을 돌려막기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나은행 직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이어 수탁사인 하나은행 측도 형사 처벌을 피한 것이다.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하나은행 수탁영업부 직원 조모씨(52)와 장모씨(51)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은 집합투자업자별로 통합적으로 은대를 관리하는 자금관리시스템운영 때문에 펀드간 거래에 해당하는 '은대조정'이 쉽게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하나은행 측에서 통합적으로 은대를 관리하는 자금관리시스템을 운영한 것자체가 자본시장법상 구분관리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 내부에서 은대 액수를 조정해 마감처리를 했다고 해도 실질적 권리의무관계의 변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라며 "이를 펀드간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비예탁성 채권인 사모사채를 투자대상자산으로 관리하면서, 반복된 입금지연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업무처리가 다소 납득하기 어렵게 행해졌던 것으로 보이긴 한다"면서도 "이로 인해 해당 펀드 투자자들이 이익을 취득하고 다른 펀드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할만한 증명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씨 등에게 관련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씨의 사기방조 혐의에 대해선 "미필적 고의라도 있다는 의심이 들긴 한다"며 "하지만 관련 증거를 살펴봐도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사기 범행을 인식하면서 방조 행위로 나갔단 점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김 대표와 옵티머스 법인도 함께 기소됐지만, 이날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이들이 2018년 8월∼12월 3차례에 걸쳐 수탁 중인 다른 펀드 자금을 이용해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 92억원을 돌려막기 하는 데 가담함으로써 펀드 수익자들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다른 펀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줬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겼다. 옵티머스 측에서 펀드 환매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자 다른 펀드 자금을 빼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 등에겐 2018년 8월부터 12월까지 2회에 걸쳐 사채발행사가 지급해야 할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 24억원 상당을 이해관계인인 김 대표나 법인 자금으로 지급한 혐의가 적용됐다.
한편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직원들도 지난 14일 1심 선고공판에서 "(김 대표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옵티머스 펀드가 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을 모으고 손실을 사후 보전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NH투자증권들의 무죄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다.
옵티머스 사태는 2020년 6월 옵티머스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의 환매가 잇따라 중단되면서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 옵티머스는 '안정적 자산인 공공기관 발주 매출채권을 할인 매입해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하겠다'는 투자제안서와 달리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사모사채를 매입했다.
그리고 매출채권 서류 등을 위조하는 등 방법으로 불법적으로 모집된 투자금을 앞순위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대금으로 지급하는 속칭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하거나,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상장회사 인수 등에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자금은 총 1조5952억원에 달했고, 여기서 약 5100억원이 상환되지 못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3200명에 달하고 법인·단체 투자자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혐의로 김 대표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40년을 확정받았다. 함께 기소된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47)는 징역 20년과 벌금 5억원을, 이사 윤석호씨(45)는 징역 15년과 벌금 3억원을 각각 확정받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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