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2일 만난 ‘22번’ 헐크 이만수

고봉준 2022. 12. 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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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22일 KBO에서 열린 이만수 포수상-홈런상 시상식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프로야구에서 이만수(64·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란 이름은 40년 넘게 크나큰 존재감을 지닌다. KBO리그가 출범한 1982년 선수로 출발해 코치와 감독 그리고 ‘야구 전도사’로서 쉼 없이 달려오며 야구팬들과 늘 호흡했기 때문이다.

이만수의 족적은 곧 프로야구의 역사이기도 했다. 1982년 3월 27일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의 원년 개막전에서 삼성의 4번타자 중책을 맡은 포수 이만수는 1회초 2사 2루에서 3루 선상을 꿰뚫는 총알 같은 1타점 2루타를 때려내 프로야구 1호 안타와 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또, 5회에는 KBO리그 1호 홈런인 좌월 솔로 아치까지 터뜨렸다.

이처럼 개막전에서부터 슈퍼스타의 위용을 뽐낸 이만수는 1984년에는 타격왕(타율 0.340)과 홈런왕(32홈런), 타점왕(80타점)을 싹쓸이하며 최초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이어 프로야구 100호와 200호 홈런 고지도 가장 먼저 밟았다.

이처럼 누구보다 화려한 현역 생활을 보낸 이만수는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늘 야구팬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 2000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코치로서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울림을 줬다. 또, SK 와이번스 수석코치로 있던 2007년 홈경기에선 인천 만원관중 앞에서 팬티 바람으로 나와 화끈한 팬서비스를 펼쳤다. 2012년 정식 사령탑으로 영전한 뒤에도 사람 좋은 웃음으로 주위를 즐겁게 만든 이가 이만수였다.

2014년을 끝으로 프로야구 무대를 떠난 이만수. 그러나 발걸음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2016년 4월 자신의 별명인 ‘헐크’에서 이름을 따온 헐크파운데이션을 설립해 재능 기부를 시작했다. 전국 각지의 학교를 찾아가 꿈나무들에게 야구를 손수 알려줬고, 라오스와 베트남으로 발을 넓혀 야구 보급에도 앞장섰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가운데)과 경기상고 엄형찬(왼쪽), 경남고 김범석이 22일 KBO에서 열린 이만수 포수상-홈런상 시상식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자취도 있다. 바로 이만수 포수상과 홈런상이다. 고교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포수와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타자를 격려하기 위해 2017년 직접 이 상을 제정했고, 올해로 6년째 시상식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22’가 두 번이나 들어간 2022년 12월 22일 KBO 시상식장에서 만난 이만수는 “공교롭게도 날짜가 이렇게 됐다”며 환하게 웃고는 “주위에서 이 상을 만들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들이 가장 받고 싶은 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인으로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만수의 설명대로 포수상과 홈런상은 고교야구 최고의 유망주만이 가져갈 수 있다. 역대 수상자 명단이 이를 대신 설명하는데 한동희(23·롯데 자이언츠)처럼 일찌감치 1군에서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고, 김형준(23·NC 다이노스)과 손성빈(20·국군체육부대), 박찬혁(20·키움 히어로즈)처럼 프로 데뷔 후 곧장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들도 여럿 있다.

올해에는 21경기 타율 0.390(82타수 32안타) 3홈런 30타점 22득점을 기록한 경기상고 3학년 포수 엄형찬(18)과 25경기 타율 0.337(83타수 28안타) 10홈런 31타점 29득점으로 활약한 경남고 3학년 포수 김범석(18)이 포수상과 홈런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왼쪽)과 이강철 KT 감독이 9일 ㅇ려린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수와 포수 부문 시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나란히 학교 유니폼을 입고 참석한 엄형찬과 김범석은 “모든 포수들의 롤모델인 이만수 감독님으로부터 이러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이만수 감독님은 포수는 물론 모든 야구선수들의우상라고 생각한다. 이 상을 받은 만큼 앞으로 최고의 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어느덧 손자뻘 후배들에게 직접 상을 주게 된 레전드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이만수는 “나 때만 하더라도 포수는 모두가 꺼려하는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자리가 됐다. 이 상이 포수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올해 출범 40주년을 맞았다. 원년 개막전부터 야구팬들과 함께한 이만수는 끝으로 “40년 동안 받은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는 그 사랑을 돌려드리기 위해 야구 불모지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야구팬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끝을 맺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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