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면이 창문으로, 또 작품으로"...올인원 '투명 OLED'에 탄성

임채현 2022. 12. 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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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전 세계 최초 '투명 OLED' 전시
교통·전시·사무·아트까지...광범위한 활용처
2030년 12조원 시장으로 폭풍 성장 예고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재도약의 밑거름 되길"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올레드)를 활용한 안내데스크. 뒤의 직원이 보이면서도 동시에 관련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데일리안 임채현


#기차 목적지 정보를 안내하는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벽을 터치하니 그 뒤에 서있던 사람이 나타난다. 벽이 투명해지며 유리벽 뒤 안내 직원들이 서 있는 인포메이션으로 변했다. 기차 및 여행 정보에 대한 직원의 안내가 끝나자 유리창은 다시 온갖 콘텐츠를 담은 하나의 벽으로 돌아왔다.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지하철 유리창이 갑자기 노선도와 실외 기온을 표시해주는 화면으로 변신한다. 까페 메뉴판이 갑자기 광고와 예술 작품 등을 실은 화면으로 전환됐다. 유리창인지, 메뉴판인지, 광고판인지 분간이 안되는, 분간할 필요가 없는 '올인원' 벽(혹은 화면)이다.




LG디스플레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투명 OLED에 대한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투명 OLED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신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30년 12조원 규모로 커질 시장에 대비해 사무공간 뿐 아니라 모빌리티, 전시 등 곳곳으로의 용처를 확대하는데 힘쓰는 모습이다. 지난 13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의 '투명한 미래展, 투명 OLED가 바꿀 도시, 산업, 예술' 전시회를 22일 직접 찾았다.


이날 전시회는 '자발광'하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신기술인 투명 OLED로 일상 전반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그 가능성을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이 가능한 만큼 생태계를 개화시키기 위해 여러 고객사 및 산업 관계자들과 협업하기 위한 차원으로 준비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취지에 부합할 수 있게 전시회는 투명 OLED 활용도를 극대화한 흐름으로 구성됐다.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를 적용한 기기. 투명한 유리창이었다가, 터치가 가능한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순식간에 전환된다.ⓒ데일리안 임채현

투명 OLED는 유리창을 대체하면서도 디스플레이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쉽게 말해 평소엔 유리 형태로 배치됐다가 원할 때는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전환돼 각종 정보 및 이미지가 표시된다. 언제든 용도 변경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공간 활용성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투명도를 논외로 하더라도 일반 LCD(액정표시장치), LED(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 비해 전력 소비 및 발열도 현저히 낮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로서 활용처가 가장 높은 분야는 예술, 교통, 주거, 쇼핑 공간 등이다. 투명 OLED 만의 장점과 다양한 활용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인 만큼, 이날 LG디스플레이가 준비한 전시회 순서도 산업 분야별로 나눠 진행됐다. 가장 먼저 텅 빈, 마치 뚫려있는 듯한 투명한 화면을 터치하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디스플레이 화면이 등장했다.


자동차, 여행 등 각 분야의 컨텐츠를 하나씩 선택하자 오른편에 있던 텅 빈 벽(투명 OLED)이 대형 스크린으로 변신해 '달리는 자동차 유리창', '공항 파티션' 역할을 하는 투명 OLED 기능을 한 눈에 보여준다. 막 도착한 여행지에서 올라탄 차량에서는 해당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차창에 표시되고, 미래의 인천공항에서는 투명 OLED로 대체된 벽 하나로 출입국 승인 절차가 진행된다.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올레드)를 활용한 지하철 스크린 도어.ⓒ데일리안 임채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교통' 영역 중에서도 지하철 스크린도어, 차창으로 활용됐을 상황이다. 창문은 바깥 풍경을 보다가도 어느새 운행 정보나 관광지 정보를 차창에 띄워 전동차 내부에 있는 승객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역사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는 승객 역시 스크린도어에 떠 있는 실시간 운행정보 및 광고, 컨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사무공간의 효율성을 높인 부분도 눈길을 끄는 점이다. 회의실 한쪽 벽면이 전체 투명 OLED가 적용돼 프레젠테이션이나 화상회의를 위한 별도의 기기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좁은 회의실에 적용됐을 때 투명한 유리 벽면으로 개방감을 넓힐 수 있는 것은 물론, 프라이버시나 보안을 위해 해당 OLED를 다시 벽처럼 전환하거나, 여러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전환해서 쓸 수 있다.


기차역이나 공항 등 안내데스크 역시 별도의 공간 마련이 필요 없다. 여러 정보가 떠있는 전면 대형 스크린이 투명하게 변신하면 투명 유리창 뒤로 안내 직원들이 서 있어 비대면과 대면 안내가 동시에 가능하다. 공간을 분리하는 파티션 역할은 물론, 디스플레이 기능을 하지 않고 있을 때 투명한 유리창으로 변신해 전반적인 공간 디자인과 조화로울 수 있는 인테리어 효과도 있다.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올레드)를 활용한 유물 전시. 실시간으로 유물의 관련 정보들을 띄워 준다.ⓒ데일리안 임채현


투명 OLED는 디지털아트에도 무한한 적용성을 과시했다. 이날 전시회에선 '미래 박물관' 모습도 제대로 구현해냈다. 오랜 세월 경과로 일반 관람객이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운 형상이나 문자 등이 투명 유리창을 통해 해설이나 이미지로 송출돼 관람 이해를 도왔다. 바닥에 깔려있던 모래 디스플레이 화면이 싹 걷히자 바닥에 실제로 깔려있던 이집트 고대 유물이 드러났다.


이는 실제로 땅이 갈라지거나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지만, 투명 OLED를 '유리창+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동시에 활용해 이같은 효과를 제공해 예술 작품·유물에 대한 흥미와 이해도를 높인 것이다. 더불어 바닥 유리창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과 이미지가 함께 송출될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 측에 따르면, 중국 등 국내·외 박물관은 실제로 투명 올레드를 활용한 전시를 여러 방면으로 논의 중이다.


쇼윈도로 쓰인 LG디스플레이의 투명OLED. 제품 정보가 화면에 뜬다.ⓒ데일리안 임채현

유통이나 쇼핑 공간에 쓰이는 쇼윈도에도 투명 OLED는 적합하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를 이루는 요즘, '체험공간'으로 변화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제품 위에 다양한 정보를 오버레이 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제품의 사이즈 및 가격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쇼핑 매장 앞에 서있는 남성의류 전시 공간 앞에 서자, 마네킹이 쓰고 있는 모자의 재질 정보를 담은 문구와 디자인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함께 유리창에 떴다.


카페에 적용되는 투명 OLED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사용이 복잡한 키오스크(무인주문기) 대신 케이크 등을 진열한 유리창으로 직접 메뉴 정보 확인 및 주문이 가능하다. 매장 한 켠에 따로 뚝 떨어진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취약 계층 역시 원하는 케이크 앞에서 유리를 터치하기만 하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 LCD나 LED에 비해 발열이 3분의 1 수준이어서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에도 아무 지장이 없다. 메뉴판 역시 사용되지 않을 때는 광고판으로 이용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의 투명OLED를 활용한 디스플레이. 전시는 물론 인테리어 오브제로도 활용도가 높다.ⓒ데일리안 임채현

현재 이같은 대형 투명 OLED는 전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만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투명도 40%의 55인치 투명 OLED를 세계 최초 상용화했다. 투명 OLED 시장은 계속해서 확장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세계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2022년 1000억원, 2025년 3조원, 2030년에는 1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공공시설인 박물관이나 방송국, 공연 등 문화·레저 분야를 비롯해 상업용 사이니지, 건축,디지털아트 등으로 활용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확장될 투명 OLED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디스플레이 산업의 신시장인 투명 OLED 분야 개척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LG디스플레이의 발걸음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투명 OLED가 TV나 노트북에 쓰이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용처에서 공간을 재활용한다는 의미를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는 협업하자는 의미가 크다. 단순히 제품을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시장의 가능성을 알리고 각종 산업 분야 및 국내 소부장업체들과 아이디어를 함께 물색해 산업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재도약의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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