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경고' 집값 20% 떨어지면 하우스푸어 1.5배↑
PF 위기→2금융권 유동성 악화 악순환
집값이 20% 떨어지면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하우스푸어가 1.5배 가까이 많아질 것이란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부동산 시장 한파가 우리 금융 시장에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 요인이란 진단이다.
급등했던 집값이 안정세를 찾는 국면이지만 이와 관련된 금융 부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우려와 함께,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둘러싼 위기가 제2금융권의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왔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주택 가격이 올해 6월 말보다 20% 떨어질 경우, 전체 대출 가구 기준 고위험 가구의 비중이 3.3%에서 4.9%까지 뛸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서 고위험 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40%를 초과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대비부채비율이 100%를 넘겨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도 어려운 가구를 일컫는다.
결국 집값이 지금 상태에서 5분의 1 이상 빠지면 관련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구의 비중이 현재보다 50% 가량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한은은 금융시장의 잠재 리스크로 부동산 가격 조정과 동반한 가계·기업 재무 건전성 악화를 꼽았다.
문제는 최근 금리 인상과 래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경색 사태로 부동산 시장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1.13% 하락해 지난주(-1.08%)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2012년 5월 부동산원의 시세 조사 이래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이다.
주택 거래량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의 평균 주택 거래량은 월 4만5000호에 그쳤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의 월평균 7만9000호에 비해 43% 줄었다. 청약시장 역시 얼어붙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4만731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다만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이 37∼38% 정도 올랐는데, 지난 달까지 10.4% 떨어졌기 때문에 급락이라기보다는 조정 국면"이라며 "아직 이 정도 하락은 금융기관이나 가계가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은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서 관련 건설사와 증권사 중심으로 부동산 기업금융에 대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봤다. 최근 건설·부동산업 등 기업대출과 PF 대출이 빠르게 확대됐는데, 이를 많이 취급한 금융기관일수록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건설·부동산업 대출은 9월 말 기준으로 580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PF대출도 9월 말 기준 116조 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2.8% 늘었다.
한은은 "신용경계감 증대로 PF-ABCP 금리가 올해 3월 말 2.2%에서 지난달 말 8.1%로 뛰고, 발행 및 차환이 크게 위축되면서 동 증권에 대한 매입보증을 제공한 증권사와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10월 이후 정부 시장안정화정책과 금융업권 자구노력 등으로 불안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나, 내년 상반기 증권 다수가 만기도래할 예정이어서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도 상존하다"고 설명했다.
미분양주택 증가, 건설비용 상승, 임대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현재 연체율 등 부동산 기업금융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국장은 "점검해본 결과 부동산 금융 리스크 철저히 대비해야겠지만 지나친 경계감 갖는건 문제가 있다"며 "금융기관 자본 여력 있고. 정부에서 정책방향 있으니 부동산 시장이 점진적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PF부실 문제가 발생한 2011년과 비교하면 당시 연체율은 11.2%였고 지금은 0.5% 정도"라며 "당시 부실이 발생한 저축은행의 자본비율은 3.2%로 극히 낮았는데 지금은 전 금융업권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상회할 정도로 높아 부실에 대한 손실 흡수력도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국장은 "주택 가격 하락정도가 PF 사업성 좌우하기 때문에 하락 속도에 따라 부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민감한 요인이 남아있다"며 "금융기관 자본력 상황 점검이라든지 주택시장 연착륙 방안 이런 부분들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다각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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