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 방침…‘40분 지휘 공백’
용산구보건소 책임도 살피는 중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소방당국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부실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고 결론 내렸다. 특수본은 보강 수사를 더 진행한 뒤 조만간 최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22일 “용산소방서장의 부실한 구조 지휘가 피해를 확산한 중요한 원인이 됐다”면서 최 서장에 대한 구속수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특수본은 소방당국 근무기록과 현장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최 서장이 참사 당일인 지난 10월29일 오후 10시28분부터 지휘권을 선언한 오후 11시8분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에 따르면 최 서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참사가 시작돼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서장은 40분간 이모 현장지휘팀장과 대화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현장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특수본은 보고 있다.
참사 당시 대응 1단계는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이 오후 10시43분에 발령했다. 2단계와 3단계는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각각 오후 11시13분과 오후 11시48분에 발령을 지시했다. 10명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 발령하는 대응 2단계는 자치구 긴급구조통제단장, 즉 용산소방서장도 발령할 수 있다.
참사 당시 인파 끼임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특수본이 파악한 시간은 오후 11시22분이다. 당시 안전근무 책임관이었던 최 서장이 대응 단계 발령을 즉각 지시하고 지휘를 제대로 했다면 이 시각을 앞당길 수 있었다는 게 특수본 판단이다. 또 최 서장이 참사 당일 용산소방서 안전근무조가 지정된 근무지인 해밀톤호텔 앞에서 벗어나 있던 것에 대해서도 관리·감독 소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앞서 최 서장은 당시 구조 및 구급활동에 몰두하느라 대응 2단계를 직접 발령하지 못했고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발령한 대응 2단계가 늦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전근무 역시 순찰과 마찬가지로 지정된 장소를 내내 지키는 방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특수본 관계자는 “소방서장의 사고 후 조치는 매우 부적절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①당시 현장에서 끼어있는 인파를 한 명씩 빼내는 과정에서 전문가에 의한 심폐소생술(CPR)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고 ②응급환자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도 소방당국 책임을 묻기로 했다.
현장 인근에 있던 경찰관들은 참사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18분쯤 이태원역 쪽에서 인파에 깔린 시민들을 한 명씩 빼내려고 시도했다. 이후 인명구조가 여의치 않자 오후 10시27분쯤 세계음식거리 쪽으로 돌아 들어가 대열 뒤편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에 비해 소방당국의 구호조치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것은 최 서장을 비롯한 지휘부 책임이라는 것이다.
특수본은 소방당국뿐 아니라 용산구보건소에 대해서도 응급환자 분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이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참사 당시 현장과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1순위 응급환자 아닌 사망자가 대거 이송되면서 응급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짧지 않은 시간 사실상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본은 참사 직후 현장에 도착했으나 인파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정황을 파악하고 그의 행적을 추적 중이다.
최 소장은 오후 11시30분쯤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가 인파에 밀려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구청으로 돌아갔다. 이후 30분여 후인 30일 오전 0시9분쯤 현장에 다시 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내부 문서에 오후 11시30분쯤부터 현장에서 곧바로 구조를 지휘했다고 기재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특수본은 최 소장이 현장을 들르지 않고 자택에서 곧바로 보건소로 갔다가 부하 직원과 함께 현장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특수본은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핵심 피의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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