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생존을 위한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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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컬하게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만큼 매력적인 소재는 없다.
최근 2차 세계대전 중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거짓말 하는 한 유태인의 이야기,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이 관객들의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원작 인물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서 제작한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영화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극한상황에서 삶에 대한 인간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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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컬하게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만큼 매력적인 소재는 없다. 세계 여러 국가가 전쟁에 참여해 큰 피해를 본 만큼 각양각색의 사연이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나치즘 시대 독일인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스토리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영화의 단골 배경이 된다. 영화 ‘쉰들러리스트’ ‘피아니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더 리더’ 까지 드라마틱하고 작품성 좋은 영화들이 많다. 최근 2차 세계대전 중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거짓말 하는 한 유태인의 이야기,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이 관객들의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는 새로운 발상으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1942년 혹독한 겨울, 독일군에게 잡힌 유대인 질(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분)은 포로 수송 차량에서 만난 남자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샌드위치를 주는 대신 페르시아어 책을 얻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나치의 집단 총살 현장이었고 총구가 질을 향하자, 그는 페르시아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페르시아어를 배워 전쟁이 끝난 후 테헤란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 독일인 장교 코흐(라르스 아이딩어 분)는 밤마다 질을 불러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살아남기 위해 질은 매일 매일 가짜 단어를 만들어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게 된다.
언어, 말이란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영화는 독일의 각본가 볼프강 콜하세의 단편 ‘언어의 발명’을 원작으로 삼았다. 콜하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자신의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원작 인물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서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 속 인상 깊은 장면은 가짜로 만든 엉터리 페르시아어지만 질과 코흐 두 사람은 능숙하게 대화하며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르시아로 탈출한 코흐는 입국심사 과정에서 엉터리 페르시아어를 사용해 잡힌다. 언어란 서로가 소통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영화는 언어의 발생과 목적 그 의미 등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다.
극한상황에서 처한 인간의 본능을 보여준다. 나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영화와 같이 ‘페르시아어 수업’ 역시 독일인의 악행을 다룬다. 엄혹한 시대를 만난 사람들에게 산다는 것은 곧 죽음을 각오하는 것이다. 코흐로부터 거짓말은 곧 총살이라는 협박을 받게 된 질은 강제 노역에 시달리면서 매일 40개의 단어를 만들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 신경쇠약증세까지 보인다. 영화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다는 인간의 본능을 주인공 질을 통해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의 심리와 감정 변화를 세밀히 포착했다. 그동안 유대인을 그린 영화는 독일군을 악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가짜로 페르시아어를 만들어내는 질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코흐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업이 거듭될수록 상호 신뢰를 쌓으며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비록 코흐 자신은 체제에 따라 순응해야 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미안함이 있어 질을 풀어준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심리변화를 세세히 표현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2차 세계대전 영화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극한상황에서 삶에 대한 인간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계는 다시 냉전체제로 돌아가면서 전쟁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극한상황에서 언어도 만들어내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전쟁의 참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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