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예산처리" 최후통첩, 김진표의 승부수…용산 '압박'

나주석 2022. 12. 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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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예산 대통령실 문턱을 넘는지 지켜봐야 하는 기막힌 상황"
주호영 "민주당, 다수당이라 발목잡지 말고 도와달라"
김진표 의장 측 "최종시한 통첩한 것은 합의도출을 위한 노력"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금보령 기자, 박준이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23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예산안 늑장 처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사실상 대통령실의 결단을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은 22일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하며 합의가 없다면 민주당 수정안이라도 처리하겠다고 압박에 나섰고, 여당은 정권교체 후 첫 예산인만큼 야당의 양보를 종용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다만 여야간 쟁점이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열려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안이 본회의장 문턱이 아닌 용산 대통령실 문턱을 넘는지 지켜봐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집권 여당은 이제 대놓고 심부름 정당임을 자인하며, 대통령의 허락만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산안 협상의 최종 걸림돌로 대통령실을 지적한 것이다.

협상 상황에 정통한 민주당 관계자도 "의장이 본회의 일정을 잡은 것은 대통령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내대표 간에는 (논의가) 끝났는데 용산(대통령실을 뜻함)이 계속 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여야 간 많은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졌는데, 문제는 대통령실 설득 문제만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김 의장이 전날 예산안 처리 시한을 최종 통지했을 때, 여야 지도부에서는 관련 통보를 사전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 일정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당일인 23일 강원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일정을 사전에 공지 하는 등, 사전에 의장실과 조율이 되지 않은 모습일 보였다.

여야 지도부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의견은 상당 부분 접근한 상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여야 상당부분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대통령실이 최종 수용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 공공연이 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쟁점 좁혀졌다는 점은 확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이제 2~3가지만 남은 상태"라면서 "며칠째 풀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간에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이견이 상당부분 좁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산은 정부가 편성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증액에 대해서는 정부가 동의권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안을) 올릴 수 없다. 예산은 정부와 협의하고 상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에 대해 정부, 즉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민주 "예산안 여야 합의 이뤄지지 않으면 내일 수정안 처리"

민주당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일은 정부 원안에 삭감 내용만을 반영한 민주당 수정안이이라도 예산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정부여당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예산안은) 내일 처리하게 될 걸로 보인다"며 "입장 변화 없다고 해서 내일 처리 안 하는 게 아니라 내일 무조건 처리한다. 사실상 내일이 예산 처리 종지부 찍는 날"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내년 글로벌 복합경제위기가 예고된 만큼 어려운 경제를 지켜내기 위해선 예산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그는 9일 입장문을 통해 "예산안 합의 처리가 지연돼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위기관리능력에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되면 국제금융자본의 이탈 등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결단으로, 정치 자체가 위기의 원인이 되는 일은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김 의장은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2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9일, 15일, 19일 등을 예산안 처리 시한으로 정했었다. 김 의장은 그동안 공개, 비공개 형태로 중재안 등을 전달하며 여야를 설득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동시에 야당 출신이기도 한 김 의장은 그동안 2차례 입장문을 내며 국민께 사과했다. 국회의장실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최종시한 통첩한 것은 합의도출을 위한 노력"이라면서 "타결을 위한 지혜로운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의장이 이번 본회의가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심정으로 본회의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야는 서로 양보를 촉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내일(23일) 통과를 목표로 최대한 의견을 접근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새 정부가 출범해서 처음 일하려고 하는 첫 해에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만으로 붙잡지 말고 도와줄 것을 다시 한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년 경제가 최악이라고 하면서 예산안 처리는 뒷전"이라며 "책임 있는 정부여당이라면 역대급 경제 한파를 이겨낼 수 있도록 먼저 나서 예산안 처리를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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