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이정후의 내구성이 만든, 초스피드 포스팅 선언
최근 6년 25세 이하 타자 1위
신인 때부터 주전, 꾸준히 출전
스물다섯 살에 포스팅 가능
"엄청난 무기, 조건 너무 좋아"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강점 중 하나는 '내구성'이다.
2017년 데뷔한 이정후는 연평균 133경기(정규시즌 144경기)에 출전했다. 최근 6년 KBO리그 타자 경기 누적 출전 5위(통산 798경기). 25세 이하 선수 중에선 팀 동료 김혜성(23·689경기)을 크게 앞선 1위다. 2023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데뷔 7년 만에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이 가능한 '1군 등록일수 7년'을 채운다. 고졸 신인으로 입단해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찬 뒤 큰 공백 없이 시즌을 치른 덕분이다.
이정후는 2017년 KBO리그 역대 첫 고졸 신인 전 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듬해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 어깨 관절와순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 시즌 109경기 출전에 그쳤다. 힘겹게 1년을 보내면서 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구단 관계자는 "이정후는 매년 겨울마다 개인 훈련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체력도 마찬가지"라며 "뭐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보완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구성을 더 단단하게 하는 건 강한 정신력과 투지다. 시즌 중 부상을 당하더라도 빠르게 몸 상태를 추슬러 복귀한다. 그 결과 2018년과 2021년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서 모두 최소 14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올 시즌에는 전 경기 출전에 딱 2경기가 부족했다. 체력 소모가 큰 중견수를 맡지만, 휴식 차원의 결장도 거의 없다. 꾸준히 1군에서 활약하니 누구보다 젊은 나이에 포스팅 초읽기에 들어갔다. 2023시즌을 마치더라도 이정후의 나이는 스물다섯 살에 불과하다.
역대 포스팅을 거친 KBO리그 타자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젊다. 2015년 나란히 포스팅을 시도한 손아섭(NC 다이노스)과 황재균(KT 위즈)은 각각 스물일곱 살과 스물여덟 살이었다. 2019년에는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서른한 살의 나이로 포스팅에 도전했다가 역대 네 번째 '무응찰'로 꿈을 접었다. 기량 이외 나이 프리미엄까지 얻지 못해 MLB 구단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반면 이정후는 누구보다 빠르게 포스팅 자격을 채워 실력 못지않은 '나이 경쟁력’까지 갖췄다.
송재우 MLB 해설위원은 "(스물다섯 살에) 포스팅을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무기"라며 "그 정도 나이에 해외 진출을 하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주전으로 뛰어야 가능하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은 나이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건 장기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커져 선수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1년 후배 강백호(KT 위즈)와 희비가 엇갈린 것도 결국 내구성이다. 2018년 신인왕 출신인 강백호는 지난해 KT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이정후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62경기 출전에 그쳤다. 시즌 전 발가락 골절상으로 6월에야 복귀했는데 이후 햄스트링 부상이 겹친 탓이다. 강백호의 첫 데뷔 5년 연평균 경기 출전 기록은 117경기. 2021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시즌 140경기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정후의 커리어가 더 돋보이는 이유다.
송재우 위원은 “(이정후 나이에 포스팅에 도전하는 건) 일본에서도 흔치 않다. 올해 MLB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센가 고다이·요시다 마사타카)을 보면 스물아홉 살 정도다. 이정후의 조건이 너무 좋다"고 평가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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