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국어시간 늘고 고교 국·영·수 줄어든다…새 교육과정 확정

이후연 2022. 12. 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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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 IB 수업은 프로젝트형·토론형으로 진행되고 평가는 논술형·절대평가 체제로 이뤄진다. 연합뉴스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국어 수업 시간이 늘어난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대비해 고교 국어·영어·수학 수업 시간 비중은 줄어든다. 또 전 학년 모든 교과에서 디지털 기초 소양 수업이 강조된다. 논란이 됐던 '자유민주주의' 용어는 유지되고 '성평등'은 삭제한다.

교육부는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 개정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한 후 1년 1개월 만이다. 교과 방식과 수업 시수, 구성 등은 총론 발표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1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적용되고, 2025년부터는 중·고등학교에 학년별로 적용된다.


초등학교, 국어 수업 늘고 '학교자율시간' 도입


지난 10월 세종시 대평공립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들이 반려식물을 화분에 심고 가꾸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연합뉴스
초등학교에서는 1·2학년의 국어 시수가 기존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34시간 늘어난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학년 때부터 한글과 기초 문해력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단 전체 수업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 체험활동 등 다른 과목이 중복해서 가르치는 부분을 줄여 국어 시수를 확보하게 된다.

초등학교 3~6학년에는 ‘학교자율시간’이 처음 도입된다. 기존 교과목 외에 학교가 자율적으로 새로운 과목이나 활동을 개설할 수 있다. 학기마다 1주 분량의 수업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데, ‘지역 속 문화탐방’과 같이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인공지능과 로봇’ 등 학생 적성을 고려한 과목을 신설할 수도 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1년에서 1학기로


중학교에선 현행 1학년 1·2학기 모두 실시하는 자유학기제를 1학년 학기 중 한 학기만 선택해 운용하는 것으로 개편된다. 자유학기제는 지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진로 체험이나 체험 위주 수업을 하는 제도이지만 실효성 논란과 학력 저하 우려가 있었다. 중학교도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자율시간을 편성할 수 있다.

또 고등학교 진학 전인 중3 2학기에는 ‘진로연계교육 학기’를 운영해 고교학점제·선택과목 등에 대해 알려주고 희망 진로를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했다.


고등학교, 국·영·수 비중 줄어…대입제도는 24년에 확정


고등학교는 2025년부터 전면 적용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국어·영어·수학 교과 이수학점을 81점 이하로 규정했다. 특정 과목에 쏠리지 않고 다양한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체 수업량도 줄었다. 지금은 고교 3년간 204단위(2890시간)를 이수하는데, 2025년부터는 192학점(2560시간)으로 감소한다.

고등학교 1학년 과목으로는 ‘공통수학’ ‘공통영어’ 외에 ‘기본수학’ ‘기본영어’가 새로 만들어진다. ‘공통’ 과목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기본’ 과목을 만들어 대체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깊이 있는 탐구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 사회·과학탐구 교과목도 세분화된다.

대입 제도는 현재 초등 6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부터 바뀐다. 교육부는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에 부합하는 대입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4년 2월에 확정할 예정”이라며 “학생과 학부모의 대입 예측 가능성, 교육현장의 안정적 운영 등을 고려해 현행 대입제도와 큰 틀에서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정보 교육 강화…교육 전반에서 ‘디지털 소양’ 강조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모임인 '초등컴퓨팅교사협회(ATC)' 주최로 열린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코딩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전 학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변화는 디지털·정보 교육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정보 과목은 학생이 디지털 기초 소양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된다. 초등학교에서는 놀이·체험을 통해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중학교에서는 컴퓨팅 사고 과정과 실생활 중심의 인공지능(AI) 윤리 등을 배운다. 고등학교에서는 진로에 따른 코딩 실습 등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한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실과 시수는 기존 17시간에서 34시간 이상으로, 중학교 정보 시수는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확대 운영한다.

정보 교과뿐 아니라 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주요 교과에도 디지털 교육이 접목된다. 기존에는 초등학교 5학년 수학 수업에서 문제 풀이를 통해 평행사변형의 넓이를 구했다면 앞으로는 평행사변형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는 식의 수업이 이뤄진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자유민주주의' 유지·'성평등' 삭제…"사회적 합의 무시" 비판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악 규탄 기자회견에서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교육과정 심의 중 논란이 있었던 성 관련 표현과 자유민주주의 용어 서술은 교육부 원안대로 대부분 유지됐다. 고교 통합사회 교과에서 ‘성평등’이라는 용어 대신 ‘성에 대한 편견’으로, ‘성소수자’를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바꾸는 내용이 유지됐고, 자유민주주의 용어도 사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보건 과목에서 ‘섹슈얼리티’ 용어를 삭제하는 등 국가교육위원회가 추가로 수정 의결한 내용도 반영됐다.

진보진영에선 국교위 심사 후 교육과정의 보수성이 더 짙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2 개정교육과정 의결에 반대한 국교위 일부 의원들은 “졸속 심의, 강행처리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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