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쇼트 시네마⑱] '면도' 외모 검열에 겨눈 미세한 칼날

류지윤 2022. 12. 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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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그런데 면도의 칼날에 베여 인중에 상처가 났다.

그리고 민희 인중의 상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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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직장 상사가 자기가 소개팅 한 여자가 수염이 있었다면서 동료들에게 재미 삼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순식간에 남자 동료들은 "말도 안된다"면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뒤에 있던 민희(한혜지 분)의 얼굴을 관찰한다. 민희는 자신의 인중을 만지며 어색하게 웃을 뿐이다.


그날 저녁, 전 남자친구 강식에게 술 한 잔 하자는 전화가 걸려온다. 민희는 준비를 하다 김 과장의 말이 신경 쓰여 눈썹 칼로 면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면도의 칼날에 베여 인중에 상처가 났다.


어쩔 수 없이 나간 자리에서 민희는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강식은 "예뻐졌다", "전화 오면 나올 줄 알았다", "너는 원래 착하니까"라는 말로 자신의 말로 오늘 밤 민희를 길들이려 시도한다. 결국 민희는 강식의 손을 뿌리치면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다음 날,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고 있는 민희에게 김 과장이 다가와 당연한 듯 자신과 상사의 커피를 부탁한다. 그리고 민희 인중의 상처를 발견한다. 어쩌다 다쳤냐는 김 과장의 말에 민희는 무표정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면도하다가요".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따라웃던 민희가 날린 민희의 마지막은 통쾌함을 가져다준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대. 누군가 규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외모를 채찍질하고 검열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꽤 많이 볼 수 있다. 정지혜 감독은 짧은 시간 동안 칭찬을 가장한 가스라이팅을 곳곳에 배치해 드디어 민희가 스스로 남의 잣대를 깨고 나온 순간, 해방감에 방점을 찍었다. 연출 실력과 함께 배우 한혜진의 힘도 컸다. 말간 얼굴에서 무표정으로 변하는 한혜지의 얼굴은 영화의 주제 자체가 됐다. 크레딧이 올라가며 영화의 영어 제목인 'Good girl'을 외치게 만든다. 러닝타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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