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입장 바꾼 與…'대체공휴일'의 정치 셈법
국민의힘, 1년전 "졸속 강행처리" 반발하다 "효과있다" 선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반등 카드되나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정부·여당이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을 대체공휴일에 포함하는 '대체공휴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내년 '석가탄신(5월 27일, 토요일)'부터 쉴 수 있게 됐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대체공휴일 확대를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정부가 수용하면서부터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내년 공휴일은 기존 13일에서 14일로 늘어나게 됐다.
정작 올해를 넘기기 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내년도 예산안은 12월 한 달 내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데, 아무리 정부 시행령이라고는 하지만 예산안 진척 상황과 비교하면 전광석화다. 여야 신경전이 팽팽한 예산 정국에서 굳이 대체공휴일 확대에 집중한 이유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빨간 날을 돌려드리겠다" 대선·지방선거 앞두고 민주당이 쏜 대체공휴일…당시 "졸속 통과" 비판
대체공휴일 확대는 지난해 6월,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그해 8월 15일 광복절 때부터 적용됐다.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내수진작 등을 고려해 나왔던 법안이지만,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과 코로나19 경제위기와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용시장을 이중구조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행한 '공휴일 법제화를 위한 입법 법률안' 공청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 휴가·휴일제도 확대로 기업 부담이 증가했다면서 휴식권은 연차 휴가 사용 등의 현행 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국민의힘도 지금은 내수 진작과 국민 휴식권, 종교계 요청 등을 이유로 들며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입장이 달랐다. 당시 국회 행안위 소속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본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행안위 소속 위원들이 연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이 졸속, 단독, 강행 처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 제대로 된 경제적 검토도 없이 졸속 심사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대체공휴일 확대 '효과'가 나온 것일까.
올해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에서는 "대체공휴일 제도 도입 이후 효과를 살펴보니 유통, 여행, 외식업계 등에서 내수 진작 효과가 뚜렷하고 국민들이 즐기는 휴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대체 공휴일 지정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주호영 원내대표,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는 말이 나왔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부는 이튿날 바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이런 내용을 담아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에 크리스마스와 부처님오신날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대체공휴일 확대를 추진했을 당시에는 5차 전국민재난지원금도 함께 논의됐었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이듬해인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집권여당의 표심잡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공수가 바뀐 올해, 대체공휴일 확대를 통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가져갈 수 있는 것 또한 결국 '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정례 여론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2일~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509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5개월 만에 40%를 넘어서 41.1%를 기록했다. 이태원 참사 등 악재가 겹쳐 30%대를 맴돌며 지지부진했던 지지율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원칙 대응 의지를 밝힌 이후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1.4%를 기록해 7월 1주 차 이후 5개월여 만에 40%대로 회복했다. 민주당과의 차이는 2.3%포인트로 4주째 좁혀지고 있다.
이번 대체공휴일 확대 카드가 상승세를 탄 정부·여당의 지지율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년에 대체공휴일 확대 때 깊이 있게 논의하지 못하고 '졸속'이라고 비판했던 그 관점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보다 세심하게 대체공휴일 확대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 바 있다.
"노동 시민들의 노동기본권과 휴식권에서 차별과 배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당시 정의당 논평을 상기할 때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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