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의 무덤'서 깜짝 놀랄 승리…80세 뒷심, 적도 그를 도왔다 [2022 후후월드④]
④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의 차기 대선 가늠자이자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 중간선거는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휩쓸 것이란 전망 속에서 11월 8일 치러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이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던 상황이라 바이든 정부 심판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집권 민주당이 제기한 ‘낙태권 옹호’ 프레임이 선거판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며 역풍이 일 조짐마저 보였다.
민주당이 선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6월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분노한 여성과 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 유권자의 결집이 있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여전히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량 미달’이라는 혹평까지 받은 친(親)트럼프 인사들을 적극 지원하며 전면에 나선 덕도 컸다. ‘정부 심판’이던 선거 구도가 ‘트럼프 vs 반(反)트럼프’ 구도로 바뀌면서 민주당에는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
막판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바이든의 ‘뒷심’이 상당한 몫을 했다는 미 주류 언론의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많은 일을 해내 국정운영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면서 “조용히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서명하며 지지층을 결속시켰다”고 보도했다. 총기규제법, 반도체산업육성법 등 굵직한 입법에서도 성과를 내며 한때 26%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말더듬이 소년에서 대통령까지 된 바이든이 ‘뒷심’을 발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9세에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건 78세 때다. 역대 최고령이었다. 그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때 신인에게 밀리는 좌절 속에서 막판에 1위로 올라섰고, 트럼프와 붙은 본선에서도 내내 고전하다가 마지막에 승기를 잡았다. 스포트라이트를 즐기지 않아 열렬한 팬층이 부족하다는 게 한계로 꼽히지만, 조용히 중도층을 품는다는 것이 그에 대한 주된 평가다.
바이든은 현재 2024년 대선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지만 여론은 썩 좋지 않다.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고령인 그가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를 보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엇갈린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급히 철군한 일은 오점으로 남았고, 최근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IRA 등으로 한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5월 방한 당시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이 굳건한 동맹임을 확인하고 현대차 등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냈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식 미국중심주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행보다. 최근 그는 “IRA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려를 잘 안다”고도 했지만, 미 정부의 IRA 시행 의지는 아직 확고하다.
다가오는 2023년 바이든 대통령 앞에는 여러 복잡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악화한 경제 위기를 해결해야 하고 분열된 미국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 교착상태에 빠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역할론도 커지고 있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하는 것 역시 바이든의 숙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루 아닌 내가 운전"…여성 프로골퍼, 범인 도피 혐의 검찰 송치 | 중앙일보
- 반격 시작한 이승기 "후크 권진영 등 고소, 손해배상도 청구" | 중앙일보
- "선생이 먼저 멱살 잡아"…교사 얼굴 주먹질한 중3 부모 맞고소 | 중앙일보
- 전여옥, '결혼지옥' 성추행 논란에 "오은영 소름…방송 떠나라" | 중앙일보
- "신원 유출땐 회수하겠다"…라면 550상자 익명의 기부 천사 | 중앙일보
- '재벌집' 이성민 집 어딘가 했더니…'지방 청와대' 이곳이었다 | 중앙일보
- '체감 -22도' 냉동실 한파…이것 하나만 챙겨도 5도 따뜻해진다 | 중앙일보
- "담배 피우지 마" 훈계에 격분...40대 여성에 날아차기한 중학생들 | 중앙일보
- "김치 먹고 50㎏ 뺐다" 미 여성의 간증…연구 결과 진짜였다 | 중앙일보
- SNS 통해 만난 소녀 8명, 노숙자 살해…경찰 "스워밍 의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