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 깜짝 방문·의회 연설… 미, 20억 달러 추가 준비

바이든 초청… 지속 지원·러 압박 분석
백악관서 회담… 펠로시도 참석 서한
미 “갈등 지속… 혹독한 겨울 될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기차로 인접국인 폴란드에 도착해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한 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을 깜짝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고, 미 의회에서 연설한다. 미국은 최첨단 장비인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제공 등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한다. 이번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00일째에 맞춰 이뤄졌다. 양국의 변함없는 결속을 강조하고 전세에서 불리해진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약속을 강조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했다”며 “백악관에서 그를 환영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하고 새로운 안보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21일 저녁 세션에 직접 참석해 달라. 민주주의에 특별한 초점을 맞춘 회의에 자리해 달라”고 독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직후인 지난 3월 16일 화상으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등 주요국 의회 연설을 진행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영토를 벗어나 다른 나라를 직접 방문하는 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러시아의 침공이 성공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또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 내년 1월에 앞서 미 정치권에서 전쟁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백지수표식 지원은 없다’며 지원 조건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 방문에 맞춰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안보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도 포함된다.

이번 방문은 지난 14일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방문 요청을 수락했고, 18일 최종 일정이 확정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21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잔인하게 침공한 지 300일째 되는 날”이라며 “러시아는 전쟁이 빨리 끝나고 곧 우크라이나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다. 푸틴의 계산은 틀렸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내년 평화협상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양국이) 정당한 조건으로 전쟁을 종식할 외교가 매우 가까운 미래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갈등은 계속될 것이고, 겨울은 혹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날 1조7000억 달러(약 2193조원) 규모의 2023회계연도 예산안에 합의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지원 등을 위한 450억 달러 자금을 포함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370억 달러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의회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훈련과 장비, 보급품 지원에 90억 달러,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 보충에 110억 달러 등을 배정했다. 경제지원 자금도 130억 달러를 책정했다. 세계은행(WB)도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6억1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금융 패키지를 승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방문해 병사에게 훈장을 수여한 후 경례를 받고 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이번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를 방문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밝혔다. 바흐무트는 최근 양국이 참호를 파고 포격을 주고받으며 사상자가 속출하는 곳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곳 군인들로부터 우크라이나 국기를 받고 이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