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문체부의 독점적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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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내년 2월 2일 세 번째 임기(3년)를 마친다.
강 단장은 그래도 임기가 아직 남았지만,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지난 9월 30일 임기가 끝난 상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의 신국립극장 역시 4년 임기 예술감독의 선임이 2년 전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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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내년 2월 2일 세 번째 임기(3년)를 마친다. 임기 만료까지 한 달 반도 안 남았지만, 강 단장이 네 번째 임기를 이어갈지 아니면 국립발레단과 작별할지 아무도 모른다. 국립발레단 단장 임명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단장은 그래도 임기가 아직 남았지만,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지난 9월 30일 임기가 끝난 상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것도 2018년 단장 임기가 만료된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연장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덕분이다.
이와 비교해 해외의 국립 예술기관(단체) 수장은 최소 취임 1년 전에 결정돼 기관 운영을 미리 익힘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연속성을 이어가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실례로 강 단장이 30년간 활동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사례를 보자. 현재 예술감독인 타마스 디트리히는 2018∼2019시즌에 취임했는데, 발레단이 속한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 이사회와 존 노이마이어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술감독선정위원회로부터 2015년 7월 낙점받았다. 당시 예술감독선정위원회는 4년 임기의 예술감독 후보로 거론되던 20여명을 1년에 걸쳐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디트리히는 슈투트가르트 발레학교 출신인 데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발레 마스터, 부감독 등을 거친 만큼 누구보다 발레단을 잘 아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년간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물러나는 리드 앤더슨 밑에서 3년간 준비 기간을 가지도록 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의 신국립극장 역시 4년 임기 예술감독의 선임이 2년 전에 결정된다. 극장 지도부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술감독선정위원회는 기존 예술감독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거나 차기 감독을 선정한다. 차기 감독이 결정될 경우 ‘예술참여’라는 직함으로 극장 업무에 공식적으로 참여한다. 영국 로열 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2020∼2021시즌 신국립극장 발레 부문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요시다 미야코 역시 2018년 6월 차기 감독으로 선임돼 2년간 예술참여 자격으로 극장 시스템을 익혔다.
한국에선 정권교체 때마다 국립 예술기관 수장이 바뀌는 것도 문제다. 해외에서 국립 예술기관 수장이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문체부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문체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땐 예술계 여론을 고려하지만, 정치권 입김이 강해지면서 그런 눈치조차 보지 않게 됐다. 근래 국립 예술기관 수장으로 이른바 ‘듣보잡’ 인사가 임명된 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예술계 지인들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치권에 줄을 서는 예술인들이 늘어난 것도 개탄할 만한 일이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막으려면 문체부의 예술단체 임원 임명권을 없애야 한다. 만약 문체부가 임명권을 놓을 수 없다면 적어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예술감독 선정 관련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렇게 함으로써 문체부는 정치권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국립 예술기관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
문체부는 그동안 전문가들에게 추천받아 국립 예술기관 수장의 최종 후보로 2명을 선정한 뒤 장관이 결정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밀실 인사와 다름없다. 문체부의 독점적인 국립 예술단체 임원 임명권 제도를 고치지 않는 한 한국에서 예술은 정치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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