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 캐즘을 뛰어넘으려면

2022. 12. 2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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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chasm)이란 지질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지각 변동으로 골이 깊고 넓어지면서 지각이 단절된 것을 의미한다.

최근엔 첨단 기술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가리켜 캐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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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석 한국폴리텍대학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과 조교수


캐즘(chasm)이란 지질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지각 변동으로 골이 깊고 넓어지면서 지각이 단절된 것을 의미한다. 최근엔 첨단 기술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가리켜 캐즘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고객의 물품 구매 성향 기록을 학습해 물품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음성인식 분야에선 정확도 향상을 위해 사람들의 어조와 발음 등을 학습하기도 한다. 이런 분야는 삶에 편의를 더해주는 부가적 기술이지만 인간 생명이나 안전 관련 분야에서 활용된다면 그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면 의학 분야에서도 AI 활용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AI 오진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 없기에 최종 진단은 의사가 직접 내리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도 많이 발전해 반자율주행이 상용화됐지만 완전 자율주행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혹시나 모를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 기술에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AI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배경은 AI가 사람의 지능보다 뛰어나거나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AI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인간의 학습 능력, 추론 능력 등을 인공적으로 구현해 낸 컴퓨터 기술이다. 이는 사람보다 연산과 판단의 속도는 빠를지라도 판단 능력은 학습 데이터의 양과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학습된 것 외의 정확도는 인간 지능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래서 AI가 인간의 생명과 안전 관련 분야에 활용되려면 ‘R&R’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할 것이다. R&R이란 Role and Responsibilities의 준말로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의미하는 비즈니스 용어다. AI의 사용 범위에 있어서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AI 기술개발 업체에 물을지, 최종 사용자에게 물을지에 대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AI 상용화에는 캐즘이 존재한다. 실제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자율주행 2단계 교통사고는 392건에 이르며, 사망도 6건이나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관련 법규나 제도가 보완되지 않는 한 AI 캐즘을 뛰어넘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 있는 의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보조 역할을 해주는 도구로 활용될 수는 있어도 주치의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도 그 기술이 발전해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차량 운행을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다. AI에 의료기술을 전적으로 맡길 수 있는 날은 AI 기술의 정확도가 100%에 이르렀을 때, 완전 자율주행을 하려면 차도에는 차량만 있고 그 외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성립될 때 이뤄질 것이다.

김규석 한국폴리텍대학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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