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FIFA컵
아르헨티나가 1986년 이후 36년 만에 되찾아온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 트로피의 명칭은 FIFA컵이다. 1930년 우루과이 초대 월드컵부터 1970년 멕시코 월드컵까지 40년간 활용한 쥘리메컵에 이은 두 번째 우승 트로피다. 1974년 독일 월드컵부터 시작해 오는 2038년 대회까지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 트로피답게 한 세기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며 다채로운 스토리를 쌓았다. 전신인 쥘리메컵은 프랑스 조각가 아벨 라플뢰르가 디자인했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성찬배를 떠받치는 형상으로, 월드컵 창시자인 쥘 리메 전 FIFA 회장의 이름을 땄다. 8각형 받침대는 2㎏ 청금석으로, 성찬배를 포함한 상단부는 1.8㎏ 순금으로 제작했다. 높이는 38㎝다.
1938년 프랑스 대회 우승 이후 이탈리아축구협회가 나치로부터 지키기 위해 낡은 구두 상자에 숨겨 보관한 일화가 유명하다. 1966년 런던 대회를 앞두고는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전시하던 중 도난당해 일주일 만에 되찾은 해프닝도 있었다. 브라질이 1970년 대회에서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하며 영구 보관할 권리를 확보했지만 1983년 거듭 도난당한 뒤 종적을 감췄다.
쥘리메컵의 후신인 FIFA컵은 이탈리아의 조각가 실비오 가자니가의 작품이다. 지름 15㎝의 녹색 공작석 받침대 위에 두 명의 선수가 지구를 떠받치는 형상이다. 높이 36㎝, 무게 4.97㎏이며, 쥘리메컵과 달리 18K 도금으로 제작했다. 우승국과 연도를 받침대 아래에 새길 수 있다.
쥘리메컵 도난 사건을 계기로 우승 횟수와 상관없이 FIFA가 영구 보존한다. 결승전 시상식에 잠깐 진품을 꺼내 활용한 뒤 행사를 마치면 우승국에 모조품을 전달한다. FIFA컵 이후부터는 우승을 경험한 선수 또는 해당 국가 수장만 손댈 수 있다는 까다로운 규칙이 만들어졌다. 5만 달러(약 6500만원)를 들인 트로피는 현재 2000만 달러(258억원)를 호가한다.
FIFA컵의 진정한 가치는 4년에 한 번, 오직 월드컵 우승국만 품을 수 있다는 희소성에서 나온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가 우승 직후 SNS 계정에 FIFA컵을 품에 안고 마테차를 즐기는 사진을 올린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의 매력은 언제나 뜨겁고 또 치명적이다.
송지훈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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