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낮샴
300여년 전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영어로는 샴페인) 지방 오빌레의 작은 수도원에 와인을 만드는 수도사가 있었다. 그는 포도 재배에서부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보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다. 덕분에 그의 와인은 귀족들의 식탁을 거쳐 루이 14세·15세의 잔까지 채웠다. 수도사의 이름은 피에르 페리뇽.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기념하고 싶은 순간마다 찾는다는 프레스티지 샴페인 ‘돔(성직자 최고 등급인 ‘다미누스’를 줄여 부른 말) 페리뇽’의 유래다.
과학자 빌 렘벡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샴페인 한 병에 들어 있는 거품의 수는 약 4900만개. 잔 안에서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기포를 보면 어쩐지 밤하늘을 항해하는 별을 보는 것 같다. 샴페인을 처음 만든 피에르 페리뇽 수사가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느낌 때문이 아닐까.
때가 때인 만큼 크고 작은 모임에서 샴페인을 마실 때가 많다. 한국은 서양의 샴페인 글로벌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시장이다. 그만큼 샴페인 소비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오죽하면 ‘낮샴(낮에 마시는 샴페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몇몇 호텔에선 ‘드런치(드링크+브런치·아침과 점심을 겸해 조금 일찍 먹는 브런치에서 음료수 대신 술을 마신다는 의미)’ ‘애프터눈 샴페인(애프터눈 티+샴페인·약간 출출한 오후에 애프터눈 티 대신 샴페인을 마신다는 의미)’이 진행되기도 했다.
사실 샴페인은 언제 마셔도 좋은 술이다.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샴페인을 마실 권리가 있고, 패배했다면 샴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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