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55)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2022. 12. 22. 00:34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신흠(1566∼1628)
산촌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어라
시비(柴扉)를 열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밤중만 일편(一便) 명월(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병와가곡집
악플은 범죄다
산촌에 눈이 오니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길인 돌길마저 눈에 묻혔다. 사립문을 열지 말아라. 누가 나를 찾겠는가. 밤중에 떠 있는 한 조각 밝은 달이 나의 벗인가 한다.
이 작품은 광해군 때 상촌(象村) 신흠(申欽)이 인목대비 폐위 사건인 계축년 옥사로 고향인 춘천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시조다. 산촌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은사(隱士)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특히 ‘시비’를 닫힌 채로 그냥 두라는 말은 속세를 멀리하고 자연에 묻혀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때의 ‘시비’는 ‘시비(是非)’와 발음이 같아 이중의 은유로도 읽힌다.
인간 세상은 각종 시비로 얽혀 있다. 특히 현대는 SNS로 인한 폐해가 너무 심하다. 난무하는 악플은 익명의 뒤에 숨어 남의 명예를 헌신짝처럼 짓밟는다. 험한 댓글을 찾아보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유명인이 나올 정도니 악플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제도 언론이 제 기능을 해주고, 무책임한 가짜뉴스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플을 차단하는 범사회적인 운동이 필요한 때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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