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택 중과세 폐지, 아파트 임대사업 부활

정종훈, 임성빈 2022. 12. 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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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획재정부 첫 신년 업무보고를 겸해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도 공직부패, 기업부패와 함께 사회에서 척결해야 될 3대 부패의 하나”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 2023 경제정책방향 주요 내용

「 · 다주택자 주담대 LTV 30% 허용
· 3주택자 취득세율 8% 4%로
· 무역금융 지원 360조 역대 최대
· 전기·가스요금 단계적 현실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졌던 규제를 대거 완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키워드로 ‘위기 극복’을 내세우면서다. 내년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면서 물가를 먼저 잡고 성장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21일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내용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1.6%로 올해(2.5%)보다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면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지는 건 2009년(0.8%) 이후 처음이다. 특히 1.6%의 수치는 다른 국제기구나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보다 낮은 전망치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상황을 국민에게 객관적으로 알리는 게 의미 있다고 봐서 (성장률 전망에) 정책 기대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의 희망을 반영해 다소 높은 수치의 ‘목표치’를 전망치로 제시했다면, 이번엔 현실적 진단을 했다는 의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올해(5.1% 예상)보다 둔화되겠지만 오름세는 이어진다. 내년 취업자 수는 올해보다 1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81만 명)의 8분의 1 토막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 부담,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민간 소비는 증가율이 올해 4.6%에서 내년 2.5%로 둔화한다. 한국의 성장동력인 수출도 내년엔 올해보다 4.5% 감소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다는 얘기다.

정부는 당면한 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거시경제 안정 관리, 민생경제 회복 지원, 민간 중심 활력 제고, 미래 대비 체질 개선 등 4가지 방향을 내세웠다. 또 2주택자 취득세 중과가 폐지되고, 아파트 임대사업이 부활된다.

가장 큰 숙제는 국민 삶과 밀접한 물가 잡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적 어려움이 집중될 것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지원액을 늘리고, 상하수도·대중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은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시기를 늦춘다.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상향 연장, 학자금 대출 금리 동결 등 서민 생계비 부담도 줄인다. 다만 그동안 누적된 한국전력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을 2026년까지 해소하기 위해 전기·가스요금은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기로 했다. 내년 전기료 인상 요인이 ㎾h(킬로와트시)당 51.6원에 달하기 때문에 올해(19.3원)보다 요금 인상 폭은 커지게 됐다.

‘선(先)물가-후(後)경기’를 내세웠지만 경기 침체 가속을 막기 위한 노력은 이어진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유도가 대표적이다.


서민 생계 안정에 정책 방점…‘신성장 4.0’ 통해 먹거리 발굴

문재인 정부 때 치솟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며 전방위로 강화한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가 대거 풀린다.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는 2024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할 계획이다. 3주택 보유자의 취득세 중과율은 8%에서 4%, 4주택 이상은 12%에서 6%로 각각 완화한다. 단기 양도세율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고, 그간 막아 왔던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다.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해선 부동산 규제 지역을 내년 초 추가 해제하기로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는 가파른 집값 추락이 금융·거시경제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사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주택자에 대해서는 정부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45%보다 내려 내년 재산세 부담을 더욱 낮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방위적 수출 지원을 위해 내년 무역금융 지원을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으로 늘린다. 반도체·건설 등이 포함된 5대 분야 중심의 수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년 상반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해외 인프라는 연 500억 달러 수주로 2027년까지 세계 4대 건설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증가분 공제율 상향 등 세제 인센티브를 주고, 규제 혁신에 속도를 붙인다.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첨단 분야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모빌리티·디지털·바이오 등 미래산업을 키우기 위한 ‘신성장 4.0’ 전략도 새로 추진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엔 거시경제 안정, 민생경제 회복에 주력하면서도 민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끌어올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추 부총리는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이 확고해지면 경기에 더 무게를 둘 것이다. 내년 초반엔 물가, 후반에는 경기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외환 시장은 유동성 공급 등 리스크 관리로 안정을 도모한다. 고금리 속에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새로운 뇌관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다만 주요 정책 방안은 부동산 규제를 일부 풀고, 기존 지원책을 유지·확대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규제 완화 역시 법 통과가 우선이라 ‘거대 야당’과의 합의 없이는 대부분 실제 적용이 어렵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투자보다 민간 투자를 앞세웠지만, 기업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면서 “단기 해결책이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중장기적으로 가계·기업 부채를 관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떠받치기도 기대하기 힘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대책은 감세, 긴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금리 여건 때문에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뒷받침도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 둔화 강도에 비해 정부 대책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장기 방향성도 흐릿하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의 한국은 장기 침체에 빠져들기 시작한 1989~90년의 일본이 연상되는 위급한 상황”이라며 “긴 호흡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펼쳐야 할 때지만, 그런 내용이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임성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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