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부동산 대책 총력전 선포…3대 개혁 정부안도 서두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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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외 기관보다 낮은 1.6% 경제성장 전망
개혁 제대로 하려면 정부 입장 상반기엔 발표돼야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건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했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정부의 냉엄한 경제 진단이다.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6%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국내 기관보다 낮게 잡았다. 정부가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의지’를 담아 국내외 기관보다 경제 전망치를 약간 높게 잡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현 수준에서 ‘있는 그대로’ 가장 객관적인 수치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통화 긴축에 따른 실물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수출·내수·고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정책효과를 제대로 따지기도 힘들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거시정책 처방은 물가와 경기 침체를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이다.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경기 상황에 따른 대응을 그때그때 신축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물가나 경기 침체 어느 한쪽을 잡는 데 올인하는 대신 아웃복서처럼 치고 빠지듯 상대하겠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실수요자 중심으로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등 정부가 총력전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때 치솟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며 전방위로 강화한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도 대거 풀기로 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는 역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변경은 올바른 방향이다.
다양한 정책 처방도 마련됐다. 자율주행, 국가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 미래 성장산업 15대 분야를 키워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미래산업 중심의 ‘신성장 4.0’ 전략을 새로 추진한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에서 첨단 분야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저출산·고령화와 성장 동력 약화라는 한국 경제의 난치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온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이 그래서 중요하다. 3대 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들어 있기는 하다. 노동개혁 등 3대 개혁에 대한 정부안이 너무 늦지 않게 나오는 게 중요하다.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3대 개혁이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내년 정기국회 전에 정부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 내년 상반기에 정부 입장이 나와야 이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충분하게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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